
가을동화에서 송혜교 아역으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던 그녀는 <바람의 화원>이라는 드라마를 통해서 최연소 연기대상을 받았다. 그녀가 그려내는 소설이지만 현실속에서 살았던 인물을 보고 있으면 묘하게 빠져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렇기에 최근 그녀가 사기장 '백파선' 즉, '정이'라는 인물로 돌아 왔다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한국사 시간에 각 시대별 도자기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들었고, 무수히도 외웠지만 조선 최초의 사기장이라는 열화 백파선이라는 인물은 솔직히 처음이다.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 그 내용이 책으로 출간되던 이전과는 달리 최근에는 애초에 원작 소설이 존재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거의 동시에 나왔다고 해도 좋을 것 같다.
퓨전 사극이 아니라 역사 속에서 존재하는 백파선이라는 인물의 이름은 '유정'이지만 후손들은 그녀가 96세라는 그 당시로써는 놀라운 나이까지 살았다는 것과 그녀의 성품, 그녀가 백자기를 만들었다는 여러가지 이유에서 '백파선(百婆仙)'이라고 지었다고 하니 그 세 글자에 담긴 의미가 실로 놀랍기까지 하다.
16세기 후반 조선을 배경으로 한 여인이 반자색 자기를 만들면서 사건은 시작된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자고로 자색 자기는 귀히 여겼지만 그것은 분원에서도 한번 밖에 생산되지 않았을 정도로 귀하다. 하지만 그것을 만든 여인이 변수 유을담의 봉족인것과 선조가 악몽을 꾸게 되면서 흉한 것으로 간주된다.
수토감관의 자리를 두고 경합하는 을담과 이강천의 각기 다른 신념에서 어쩌면 둘의 미래는 어느 정도 정해졌을지도 모른다. 을담에 비해 이강천이라는 인물은 부와 권력에 눈을 돌린 이라면 을담은 그렇지 않은 인물이니 말이다.
정이라는 사기장의 이야기는 역시나 궁궐 조정의 권력 다툼이 얽혀서 실로 파란만장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당시의 역사적인 면도 상당부분 등장한다는 점에서 저자가 이 책을 쓰기 위해서 많은 준비를 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마치 대장금을 떠올리게 하는 면이 없진 않지만 그동안 다뤄지지 않았던 사기장이라는 분야에서 그것도 조선 최초라는 타이틀을 얻기까지 정이가 보여준 노력과 실력을 이 책에 담아내고 있다는 점도 분명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드라마는 아직 못 봤지만 사기장이 주인공인만큼 사기를 만드는 모습을 실제로 보는 것도 괜찮을것 같아서 드라마가 보고 싶어진다. 드라마도 드라마지만, 솔직히 이런 책이 아니라면 우리나라 역사에 아리타의 은인이며, 수호신이라는 열화 백파선, 정이를 알수나 있었을까 싶기에 책을 읽는 것도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