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보트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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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의 보트에 탔기 때문에 절대 한 장소에 익숙해져서는 안 된다’

 

솔직히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입장에서 보자면 요코는 좋은 엄마라고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사랑을 쫓아 하느님의 보트에 탔기 때문에 절대 한 장소에 익숙해져서는 안된다고 말하면 떠돌이 생활이나 다름없는 삶을 살아가니 말이다.

 

‘뼈마디까지 녹아버릴 듯한’ 사랑에 빠져서 그 사랑의 결과로 소우코가 태어나지만 소우코가 생겼다는 그 사실을 알아기도 전에 남자는 떠나 버린다. 그리고 그 남자를 찾기 위해서 방랑 생활을 시작하니 말이다. 자신들의 사랑의 결실인 소우코에서 그 남자를 떠올리기도 하고, 딸에게 얼굴조차 알지 못하는 아빠의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한다.

 

어린 소우코의 눈에 비친 엄마의 사랑은 아름다웠을지도 모르겠다. 영원히 한 사람을 기다리다 못해 찾아 다니기까지 하는 사랑이 진실된 모습으로 보였을지도 모르지만 점차 커가고 사춘기에 접어들면서는 그 사랑에 반감을 품게 되는 것이다. 아이가 아닌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에 놓인 소우코는 엄마의 사랑이 집착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자 두 사람 사이도 예전같지 않은 틈이 생기는 것이다.

 

엄마의 사랑방식을 이해할 수 없는 딸과 그럼에도 과거속에 머물러 있는 엄마가 각각 화자가 되어서 번갈아 가면서 등장시키기에 두 사람이 생각하고 느끼고 말하고자 하는 것들이 각자의 시점에서 그려지고 있다는 점도 이 책에서 두 사람의 심경변화를 잘 표현하는 방식이 되고 있는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엄마를 위한 길일 수도 있기에 소우코는 결국 하느님의 보트에서 내린다. 떠나린 사람을 찾아 영원히 내려서는 안된다는 하느님의 보트에 올라 있는 요코의 모습이 너무 슬프게 다가오는 책이다. 그리고 그런 엄마를 떠나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소우코를 응원해 주고 싶다. 요코가 하느님의 보트에서 자신의 삶을 살았듯 소우코에게도 자신만의 삶을 살아갈 충분한 이유가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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