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아이 모퉁이책방 (곰곰어린이) 19
오드랑 지음, 스테파니 블레이크 그림, 이주영 옮김 / 책속물고기 / 2012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이렇게 말하면 상당히 나이들어 보이기도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정말 자신의 감정을 잘 표현하는 것 같다. 유치원 다니면서부터 여자 친구나 남자친구가 있다고 솔직히 말하고, 의외로 빠른 감정표현에 놀라기도 하니 말이다. 이 책에서는 아직 어림에도 불구하고 미래의 배우자감을 생각하는 폴의 이야기가 나온다.

 

손발이 척척 맞도록 부모님의 집 아래층에 있는 햄 가게를 잘 운영해 가신다. 그리고 나중에 나이가 들면 그 가게를 폴이 물려 받는 것은 기정사실화되어 있다. 솔직히 폴도 햄이나 베이컨, 소시지 같은 고기를 상당히 좋아하고 현재도 어깨 너머로 가게 일을 눈여겨 보고 있으며, 자신도 언젠가는 아내와 함께 부모님처럼 사이좋게 햄 가게를 꾸려나가고 싶다.

 

 

폴은 그런 배우자감으로 같은반 여학생인 리종을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 리종과 폴은 사랑에 빠졌다. 잠자리가 그려진 그림을 자신에게 선물할 정도로 둘 사이는 좋다. 리종을 보기 위해서 매일 일찍 학교에 가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는 폴이다. 하지만 어느날 월요일 점심시간 폴의 꿈이 산산조각 나버리는 사건이 발생한다.

 

"전 채소만 먹어요. 채식주의자거든요."

 

리종은 소시지 앞에서 얼굴을 찌푸리면서 말했고, 그 말에 충격을 받은 폴은 식판을 떨어뜨리기까지 한다. 그리고 그날부터 꽃가루 알레르기 때문이라는 나름의 이유를 붙여서 학교에 가지 않는다. 그리고 더이상 핑계를 댈수 없게되자 학교에 간다.

 

 

그래서 예전처럼 인사할 수도 함께 말할수도 없기에 묵묵히 학교생활을 하는데 어느날 폴이 친구에게 살짝 이야기한 고민을 듣게 된 리종은 폴에게 편지를 보낸다.

 

'있는 그대로의 폴을 좋아한다는 리종의 편지와 함께 나중에 햄 가게를 하면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햄을 최초로 함께 만들어 보자고 한다. 그렇게 두 사람은 다시 예전의 사이로 돌아 간다.

 

애초에 모르는 사람이였으면 좋았을 것이란 말로 리종에 대한 사랑을 반어적으로 표현했던 폴의 마음이 상처받지 않고, 오히려 두 사람이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결말이여서 흐뭇해진다. 두 사람이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 진짜 햄 가게를 함께 운영할지는 미지수지만 꼭 그러지 말라는 법도 없으니 리종이 만들어낼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소시지, 햄, 파이 등이 한편으로 기대되기도 한다.

 

리종을 사랑하지만 그래도 부모님께서 열심히 가꾸어 온 가업을 자신도 이으려고 다짐하는 폴의 어리지만 비장한 모습이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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