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자] 능력 권하는 사회의 무능력자들을 위한 엘레지 (스포일러 포함)

능력자 - 2012 제36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최민석 지음 / 민음사 / 2012년 10월

능력자란 말에 가수 김종국을 떠올린건 나뿐일까? 제목부터 왠지 범상치 않아 보이는 책이다. 게다가 2012년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이란다. '오늘의 작가상'을 검색해보았지만 읽어 본 책이 한권도 없는 것 같다. 그렇기에 이래저래 의미있는 책읽기였다.

이 작품에 나오는 이름이 봉우리 ‘루’ 자에 큰 모양 ‘한’, 남루한은 전통과 권위 있는 문예지로부터 신인상을 받은 작가로 나오는데 왠지 살짝 저자를 떠올리게 한다. 다만 전력을 다해 쓴 소설이 계약 문제로 2년 뒤에 출간하기로 하면 경제적 어려움이 생긴다. 주인공인 나 '남루한'의 통장잔액은 '3320원'이 전부다.

그런 루한에게 한때 영화감독을 꿈꾸었지만 에로영화를 찍다가 현재는 성인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는 희태형은 루한에게 야설 작가를 권유한다. 나름대로 문예지 당선인인데 그럴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이름만큼이나 남루한 통장잔액에 딱히 거절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루한에게는 대학때부터 연인으로 지내 온 회계사 여자친구 연지의 아버지인 문학계의 거목 이건수 교수는 루한의 의지와 자신의 딸을 책임질 수 있는지를 평가하겠다면 2천만원을 만들어 오라고 한다.

문예지 당선때만 해도 기쁨과 환호의 순간이였지만 결국 일이 어긋나면서 야설작가로 일하고 있는 루한에게 이천만원은 너무나 큰 금액이다. 루한의 아버지 남강호는 주먹께나 쓴다는 인물로 유명한데 그런 남강호 곁에는 여러 인물들이 있다. 그중에서 WBA 복싱 전 세계 챔피언이자, 최단신 세계 챔피언으로 기네스북에도 오른 바 있는 공평수는 선수시절 부상으로 머리가 이상해졌다고 여겨지는 인물이다.

현재 공평수는 매미 덕분에 초능력자가 되었다고 하는 인물로 루한에게 자신의 자서전을 쓰라고 한다. 루한은 쓰고 싶지 않았지만 결혼자금 2천만원 때문에 결국 쓰기로 결심한다. 자서전 써주고 돈벌 생각이였던 루한은 공평수의 뜻하지 않은 계획에 자신의 계획이 잘못된 상황에 놓인다.

결국 정신이상자로 여겨졌던 공평의 재기의 과정 속에서 남루한의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찾게 된다. 만약 공평수가 ‘파동 에너지 스티커’ 판매에 그쳤다면 그는 그저 퇴물 챔피언이였을 테지만 마지막 그의 투혼은 그를 영원한 세계 챔피언으로 남게 하는 것 같다.

보통의 힘으로 살아가기엔 가진 것 없는 이는 살아가기 힘든 세상이다. 그래서 초능력이라도 있었으면 하는 그런 실현불가능한 상상을 하게 되기도 한다. 이 책은 바로 그런 삶을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가 담긴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