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의 밤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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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유명한 작품을 이제서야 읽었다. 상당한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금방 읽힌다. 그만큼 전재는 빠르게 진행된다. 아무도 인생에서 자신이 범죄자가 되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누구든 시작은 창대하고,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존재이다. 그런데 '만약에'라는 이루어질 수 없는 그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어느 순간 그 누구라도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는 것이다.

 

서원의 아버지 현수는 고등학교 시절까지 야구 유망주였다. 하지만 자신이 어릴적 아버지 최상사로 부터 겪은 트라우마는 부지불식간에 '용팔이'가 나타나게 한다. 어릴때 살던 마을의 붉은 수수밭에 놓인 우물과 신발은 그토록 닮지 않겠다고 말한 최상사가 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사회에서도 집에서도 그 존재감을 갖지 못했고, 존중받지 못했던 현수는 새로운 부임지의 사택으로 가던날 음주운전을 하고, 세령댐으로 가는 길에 세령 IC를 놓쳐버린다. 결국 비오는 날 음주운전에 밤늦게 헤매던 그는 세령호 부근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소녀를 치고 만다.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잃을 것이란 두려운 상황에서 현수는 어떤 선택을 한다.

 

 

현수의 선택이 불러 온 결과는 아들 서원을 '살인마의 아들'로 만들어 버렸다. 세상은 서원을 보듬지 않으려하고, 세령 마을에서 살때 룸메이트였던 승환이 그런 서원을 데리고 살게 된다. 세상 그 어디에도 정착할 수 없었던 그들이다. 잊힌듯 조용히 살만하면 나타나는 선데이매거진은 서원을 끊임없이 '세령호의 재앙'이라 불리는 사건으로 끌어 들인다.

 

그러다 마지막으로 정착하게 된 마을에서 나름대로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게 된 서원과 승환은 어느날 바다에서 사고를 당한 청년들을 구하면서 다시금 세상에 알려진다. 그리고 그때부터 잊고 싶었지만 결코 잊을 수 없었던 7년 전 '세령호의 재앙'이 승환이 쓴 소설 『세령호』를 시작으로 되살아 난다. 아버지 현수는 결국 사형 집행이 이루어진 상태에서 갑작스런 승환의 실종, 소설 『세령호』의 등장은 끝난 줄 알았던 7년 전 재앙의 결말이 아직 남아 있었음을 깨닫게 한다. 그 결말엔 바로 서원이 있었던 것이다.

 

말 그대로 우발적인 사고, 어릴적 겪은 트라우마로 인한 정신착란적 증상, 그리고 살인과 수장, 그 사이에 일어난 감추어진 진실들, 그것들이 서원, 현수, 승환, 영제, 하영, 세령 등의 이야기나 고백 형식으로 이루어진 책이여서 한가지로 모여지는 7년 전 그날 일어난 '세령호의 재앙'을 파헤치고, 장대한 결말을 맞이한다.

 

현수를 옹호하고 싶지는 않지만 운명이라고 한다면 더 할말이 없어지는 그의 인생이 참 슬프게 느껴진다. 그리고 원죄인 마냥 아버지의 행위의 결말을 아들인 서원이 묵묵히 짊어지고 가는 것도 안타깝게만 느껴진다.

 

이 책에선 누구하나 행복한 사람이 없는 것만 같다. 그나마 결말에서는 서원이 조금의 평화를 얻는 것 같긴 하지만 그렇다고 '살인마의 아들'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을테니 앞으로도 세상으로부터 소외된 감정들은 느끼지 않을까 싶어 마음이 아프다.

 

누군가의 아들로 태어난 것이 그 사람의 잘못은 아니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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