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릴라를 쏘다 - 안티기자 한상균의 사진놀이
한상균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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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왜 하필이면 고릴라를 쏘다인지 궁금했다. 그중에서도 고릴라로 정한 이유가 상당히 궁금했다. 하고 많은 동물 중에서 말이다. 그런데 한상균 기자가 이 책을 쓴 이유가 제목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버드대학교 심리학 교수인 크리스토퍼 차브리스와 대니얼 사이먼스의 저서 《보이지 않는 고릴라》에서 사람들이 흰색 셔츠와 검은색 셔츠를 입은 사람들이 농구공 패스를 하는 동영상을 보여주면서 흰색 셔츠를 입은 사람들의 패스 횟수를 세라고 했을때 사람들은 그 사실에 집중하느라 정작 무대 중앙으로 걸어온 고릴라 의상을 입은 학생을 아무도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바로 그런 의미에서 아무도 보지 못하는 고릴라를 보는 기자가 되고 싶었던 것이다.

 

 

한상균 기자가 기자로서의 이름을 알리게 된 데에는 바로 위와 같은 사진들 덕분이였다. 요샛말로 지못미(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 안습, 굴욕 등이란 이름에 어울릴 것만 같은 사진들에 대표팀 축구선수들을 바라보는 네티즌들이 더 안타까워 했을 것이다. 무슨 원수 진 것도 아닌데 굴욕에 가까운 사진들만 골라 찍는 그를 바라보는 시선을 다양했다. 재밌다는 사람들, 너무 한다는 사람들, 그보다 더 나아가 살짝 욕하는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다. 솔직히 나 역시도 이런 사진 본 적있는데 웃음이 절로 나오는 사진들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그런 사진 말고도 한장의 사진이 무수한 것들을 말해 준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는 사진들도 존재한다.  세계 유일 분단국가의 아픔을 고스란히 느끼게 해주는 사진. 2009. 남북이산가족 상봉 때의 사진다. 잠깐의 만남을 뒤로하고 기약없는 이별을 하는 사람들의 눈에선 눈물이 흐르고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에도 눈물이 맺힌다.

 

 

나는 기자다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진 한장. 마치 추격전을 벌이는 것 같은 취재 현장이다. 취재를 하는 기자들을 찍어 놓은 사진이라 이색적이다.

 

 

 

 

인생의 喜怒哀樂(희로애락)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는 사진 한장에선 보여지는 것보다 더 많은 이야기가 있음을 알게 된다. 누군가의 개인적인 일이 모두의 즐거움과 슬픔이 될 수도 있음을 알게 하고, 사회 곳곳의 이야기는 개인이 아닌 우리를 생각하게 한다. 유명 기자의 사진첩을 이렇게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는 확실히 멋진 일이다. 그래서 이 책이 흥미롭고 한편으로는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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