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 : 사랑의 시작을 위한 서른아홉 개의 판타지 - 이제하 판타스틱 미니픽션집
이제하 지음 / 달봄 / 2012년 10월
평점 :
품절


 

작가에겐 심히 미안하지만 솔직히 이제하라는 작가의 이름을 들어 본 적이 없다. 소설가, 시인, 음악가, 화가. 이제하라는 사람 앞에 붙는 수식어는 이토록 다양하다. 그리고 이 책 한권에 그의 모든 역량이 스며들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할때 허투루 붙여진 말은 아닌듯 하다.

 

1953년 제1회 학원문학상으로 데뷔한 작가의 등단 56주년 기념 작품이라는 데에서도 이 책의 가치는 높아 보인다. 마치 하나의 현대 미술 작품을 보는 것 같은 표지속 그림은 책의 내용 중간 중간에도 등장한다. 총 39편의 사랑이야기라고 볼 수 있는 이 책은 그림이 한몫을 해서인지 상당히 감각적으로 비춰진다.  

 

무려 서른 아홉편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제목을 '코'라고 정한 이유가 솔직히 궁금했다. 이야기의 포문을 연것이 '코'다. 흔히 좋아하고 사랑할때의 이유가 싫어지면 또 싫은 이유가 되는 것이 사람 심리의 아이러니다. 그런 의미에서 볼때 코는 한남자의 코가 마음에 들어서 결혼하게 된 부부가 결쿡 그 코 때문에 이혼하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사랑의 시작점에선 그 사람의 장점으로 보이던 것도 사랑이 식어서 권태기나 부부 사이의 위기가 찾아 오면 눈의 가시처럼 보일때가 있다. 그러한 심리와 그로 인해 일어나는 일들과 감정적 변화를 잘 표한 이야기이다.

 

어찌보면 인간관계가 허탈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안타깝기도 한 이야기들이다. 이런 이야기가 단순히 쾌락을 쫓거나 가십거리고 느껴지지 않는 건 아마도 작가의 연륜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저자의 그림, 이야기, 수록된 CD 속의 음악까지 삼박자가 어울어져서 하모니를 이루고 있는 것 같다.

 

이 책을 통해서 처음 보게 된 작가이지만 그 첫만남이 결코 나쁘지 않은 느낌이 이여서 더욱 좋은 인상을 받은 작가 이제하와 그의 56주년 기념 작품『코』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