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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어디로 가니 ㅣ 산하작은아이들 32
맥신 트로티어 글, 이자벨 아르스노 그림, 노경실 옮김 / 산하 / 2012년 10월
평점 :
절판
지금 우리나라는 외국에 원조를 해주는 나라이며, 아프리카나 다른 아시아 지역에서 일자리를 찾아 오는 경제적으로 성장한 나라가 되었다. 하지만 과거 우리나라 사람들도 독일의 광부로 간호사로, 아니면 멕시코 사탕수수 농장에서 노예와 같은 생활을 하기도 했었다. 그런 생각을 하면 지금의 대한민국이 놀라울 정도이다. 이 책은 바로 그러한 이주 노동자들의 삶을 이야기 하고 있다. 굉장히 슬프면서도 한편으로는 어떤 희망에 찬 이야기인 것 같은 아이러니를 느끼게 하는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의 화자는 안나이다. 봄이 오면 안나의 가족들은 멕시코의 집을 떠나 캐나다로 간다. 봄부터 가을까지 그곳의 농장에서 일하기 위함이다. 가난하기 때문에 돈을 벌기 위해서 온 가족이 마치 하늘을 나는 기러기 떼처럼 길을 찾아 떠났다가 다시 돌아오는 것이다.
딱 봐도 어린 안나는 가족들의 뒤를 따르며 생각한다. 한곳에 머물러 살면 어떨까하고... 오롯이 자신만의 물건을 갖고 살면 참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생각이 현실적 모습과 모순적으로 그려져서 한편으로는 안나와 그들의 가족이 처한 상황이 더 직접적이면서도 슬프게 그려진 것이 아닐까 싶다.
안나는 자신이 토끼같다고 느낀다. 귀여운 토끼가 아니라 버려진 굴속에 사는 커다란 산토끼. 왜냐하면 캐나다로 가면 버려진 집을 엄마는 깨끗히 청소하느라 바쁘기 때문이다. 안나는 바로 그러한 모습에서 자신이 산토끼같다고 느낀다.
아직 어린 안나는 일을 할 수 없지만 부모님, 오빠들과 언니들이 땡볕에서 등이 굽어질 정도로 허리를 폈다 구부렸다 하는 모습을 보면서 일벌 같다고 생각한다.
언니들과 하나의 이불을 덮고 추운 밤을 보내는 것이 아기 고양이가 된 것처럼 기분이 좋고, 마음이 놓인다고 하지만 오히려 그런 천진난만한 모습이 안나의 가족이 처한 상황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것이기에 애잔하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아주 값싼 물건들만 파는 곳을 찾아갈 때 안나는 사람들이 자신만 쳐다 보는 것 같아 부끄럽다는 직설적인 감정표현을 하기도 한다. 그곳에 온 사람들 역시도 안나네 가족들처럼 생활형편이 좋지 못하며, 각기 다른 말을 사용하는 모습을 천 마리의 귀뚜라미가 모여서 서로 다른 노래를 부르는 것으로 묘사함으로써, 읽는 이로 하여금 그들도 이주노동자라는 것을 깨닫게 한다.
안나의 소원은 '땅속 깊이 뿌리 내린 나무처럼 되면 어떨까'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여러 계절이 자신의 곁을 지나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싶고, 긴긴 겨울 하얀 눈으로 덮힌 곳에서 편안하게 잠들고 싶을 것이다. 매년 봄에 떠나 겨울에 돌아오는 생활을 어린 나이에 했을 안나의 소박하지만 간절함이 느껴진다.
안나의 간절한 소원과는 달리 현실은 책의 초반에 등장하는 모습이 재연된다. 지금 당장은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그 소원이 지켜보는 이를 슬프게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럼에도 희망을 잃지 않는 안나의 모습에서 안나를 응원하게 된다.
이주노동자들은 분명 그 나라에 꼭 필요한 일꾼이다. 사업장이든 농장이든 그들이 있기에 고용주는 생산을 통한 이윤을 얻을 수 있을테니 말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제대로 된 임금도 의료혜택 조차도 누리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들이 어디에서 왔건 어떤 모습을 가진 어떤 종교를 가진 사람이든지 간에 그들 모두는 인간적인 존중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그렇지 못한 안나와 안나의 가족들을 통해서 깨닫게 하는 책으로 교훈적인 가치는 충분하다. 게다가 상당히 감각적인 그림과 글이기에 읽고 보는 것만으로도 좋은 책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