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페이지 책 - 찢고 낙서하고 해체하는 발칙한 책 읽기
봄로야 글.그림 / 시루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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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찢고 낙서하고 해체하는 발칙한 책 읽기"

 

어떤 연예인은 자신의 구두를 아가라고 부른다는데 나는 내 책을 그와 동급으로 아낀다. 그래서 찢고 낙서하고라는 부분에서는 정말 그렇게 해도 되나 싶은 마음이 들었던 게 사실이다. 그냥 읽어도 될 것을 굳이 찢고 낙서하고 해체하면서까지 읽어야 할 이유가 있을까 하고 말이다.

 

『0페이지 책』책에서는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될만한 책 15권이 소개된다. 아마도 가장 감명깊게 읽은 책이나 가장 좋아하는 책에 꼭 한번은 포함될만한 책임에 틀림없다. 개인적으로 내가 가장 감명깊게 읽었고, 지금도 특이하다고 기억하는 책도 이 책에 나온다.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와 <좀머 씨 이야기>가 바로 그것인데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의 경우 선물로 받아 읽으면서 제제가 뽀르뚜까 아저씨를 잃는 장면에서는 가슴이 먹먹해지는 경험을 한 바있고, <좀머 씨 이야기>의 경우 '날 좀 내버려 두시오'라고 말하며 특유의 차림으로 걸어다는 모습이 아직도 뇌리에 남아 있는 가장 독특한 책이 아니였나 싶다.

 

 

 

『0페이지 책』에 나오는 15권에 대한 저자 자신만의 감상평을 적은 책이라고 생각할수도 있지만 이 책은 책 여기 저기를 잘라서 재구성한 느낌이 들어서 마치 하나의 패치워크(patchwork) 작품을 접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리고 책의 내용 중에서 핵심 문장이거나 가장 인상적이였을 문장을 이렇게 한페이지에 과감하게 배치하는 대범함을 보이기도 한다.

 

 

집에서 사랑을 받지 못했던 제제에게 있어서 라임 오렌지나무와 뽀르뚜까 아저씨는 안식처이자 나이와 존재를 초월한 진정한 친구였다는 사실을 생각해 볼때 이 문장이 의미하는 바를 쉽게 깨달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기적과도 같은 그 소중한 존재를 잃어 버린 제제가 느꼈을 상실감과 허무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아마도 제제는 어른이 되어 버린 것이 아닐까 싶다. 이전과는 달리 제제 특유의 발랄함이나 그 이상의 모습들을 이제는 볼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책을 읽고 느꼈던 소중한 느낌들을 저자는 글로 써내려 가고 있는 동시에 책의 본문을 가져와 그곳에 그림을 그리거나 동그라미 표시를 하는 방법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나로써는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책에 대한 훼손(나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한다. 문제집 같은 종류가 아닌 책에 저토록 그림을 그리고 줄을 긋고 하는 행위를 나는 감히 할 자신이 없다. 그건 명백히 책을 훼손하는 일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을 당당히 보여주는 저자의 책읽기를 보면서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책만큼은 아닐지라도 각자마다 책을 읽는 스타일은 따로 있구나 싶어진다.

 

어느 날인가 한장 한장 소중히 읽었던 책을 이렇게 해석하면서, 해체하면서 읽을 수도 있구나 싶은 생각을 하게 한 특이한 책이다. 새로운 시각으로 읽는다는 시도는 나쁘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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