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백한 죽음
안드레아스 빙켈만 지음, 서유리 옮김 / 뿔(웅진)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책을 읽어 내려가는 내내 왠지 독일 작가 넬레 노이하우스의 첫 작품이라는 <사랑받지 못한 여자>가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두 사람 모두 독일 사람이기도 하다. 전체적인 구성이나 이야기의 흐름, 그것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까지도 왠지 두 작품은 닮아 있는 듯 하다.

 

겨울 밤 운동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미리암 징거는 이상한 경험을 하게 된다. 땅과 나무들이 마치 자신을 공격하는 것과 같은 환영을 보게 되는 것이다. 고통에 놓인 그녀에게 다가온 낯선 남자는 그녀를 도와주겠다고 하지만 정신을 차린 미리암은 자신이 납치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납치가 된 상황에서도 미리암은 침착하고 용기있게 대응해서 어느 모녀의 도움으로 병원에 실려 오게 된다. 그리고 그날 저녁 범죄심리학자인 슈테른베르크 박사의 세미나에 참석한 여형사 넬레 카르민터는 100명 중 4명, 즉 25명 중 1명은 소시오 패스라는 말을 듣게 되고 사이코패스와 소시오패스는 엄연히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

 

"100명 중 4명은 양심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우리 심리학자들은 이를 반사회적 인격 장애자들이라 지칭하고 그런 사람들을 소시오패스라고 부릅니다. 흔히 사이코패스라고 일컫는 사람들이죠. 100명 중에 4명이 말입니다. 또는 25명 중에 1명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p.21)"

 

"소시오패스들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반드시 이기려고 합니다. 그들은 우리와 게임을 해서 이기고 싶어 합니다. 우리의 돈, 우리의 자부심, 우리의 동정심, 우리의 힘,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우리의 목숨까지 원하기도 하죠. 하지만 그런 사람은 소수입니다. 자극에 대한 욕구가 평균 이상으로 강하기 때문에 충동을 느끼고 절대로 가만히 있지 못하는 거죠. 이런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을 돌볼 수도 없고 돌보고 싶어 하지도 않아요. 그리고 감정 교류를 위해서 어떤 관계를 맺지도 않아요. 이런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오직 승리하는 것입니다. 무슨 대가를 치러서라도 승리를 거두는 것 말입니다.(p.42)"

 

넬레는 예전에 자신의 동성 애인인 아누슈카 형사가 예전에 그런 소시오패스에게 목숨이 위험한 상황을 경험했기에 그말이 예사로 들리지 않고 아누슈카 형사가 외진 돼지 축사에서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끔직한 모습의 시체를 발견하면서 소시오패스가 범인일 것이라 생각한다.

 

경찰이 의문의 시체를 해결하고자 고군분투하는 사이 사립탐정인 알렉산더 자이츠는 실존된 18세 소녀의 사건을 의뢰 받게 되고 그녀가 사라진 이면에 '문학의 현장'이라는 곳을 운영하는 호르스트 쇤이라는 남자가 관련되었음을 알게 되고 점차 그속으로 파헤쳐 들어간다.

 

이렇게 경찰과 사립탐정이 동시에 각기 다른 사건을 해결하는 듯 해 보이지만 사실은 두 사건이 하나로 연결됨을 알게 되고 그 사이 일어나는 미리암의 재납치, 알렉스의 애인과 애인의 여자친구의 살인, 그리고 여경찰의 살인까지 일어나는 가운데 알렉스와 넬레를 포함한 경찰들 그리고 슈테른베르크 박사는 함께 그 사건을 해결하고자 한다.

 

이야기는 맨처음 누군가에게 잡혀 온 소녀가 죽음을 맞이하는 듯한 암시로 시작된다. 그리고 남편의 이상한 행동에 의문을 품고 결국 자신이 많은 여성들의 살인사건에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깨달은 니콜라라는 여성의 이야기, 소시오패스에 맞서서 사건을 해결하고자 하는 경찰과 사립탐정, 범죄심리학자의 노력이 나온다.

 

이야기는 맨처음부터 범인을 넌지시 암시하고 시작한다. 하지만 왜, 무엇 때문에 그러한 살인을 벌이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나오며, 그 사이 범인의 잔혹한 범행 수법들이 나와서 이야기가 극에 달하게 함과 동시에 잔인함, 낯선이에게서 오는 공포를 느끼게 한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범인의 동기가 황당하다. 소시오패스라고 하기 보다는 그냥 정신병자가 한 어처구니 없는 살인사건이나 과대망상증 환자가 어떤 끔찍한 일을 저지를 수 있는 지를 보여주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극초반 긴장감과 잔인함에서 오는 팽팽함이 책의 말미에 밝혀진 범행동기에서 와르르 무너지는 느낌과 함께 허탈감을 느끼게 한다는 점 등을 고려해 볼때, 전개과정과 마무리에서 남자 작가 버전의 넬레 노이하우스를 떠올리게 하는 역시나 아쉬움으로 남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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