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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세상을 더듬다
저우쭝웨이 글, 주잉춘 그림, 장영권 옮김 / 펜타그램 / 2012년 5월
평점 :
표지가 역시나 파격적이다. 전작 <나는 한 마리 개미>에서도 새하얀 바탕에 정말 실물크기의 개미를 한마리 그녀 두었는데 역시 이번 작품에서도 달팽이 한 마리 그려진 것이 전부이다. 흥미로운 것은 표지 속의 달팽이 한 마리와 그 달팽이가 지나간 흔적이 남은 길은 마음에 드는 표지가 없어서 기르던 달팽이를 백지 위에서 기어가게 하고, 그 족적을 그린 것이라고 한다.
시작부터 남다른 책이 아닐 수 없다. <나는 한 마리 개미>를 읽어 본 사람이라면 알것이다. 개미 한 마리의 일생을 너무나 잘 그려내고 있으면서도 그 속에서 우리 인간들의 삶을 절묘하게 반영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느릿느릿 기어가는 달팽이가 언덕 너머에서 더듬이를 보이면 등장하는 것에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느리다는 거북이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느린 달팽이는 너무나 빠른 세상에서 혼자만 뒤쳐지는 느낌이 든다. 그렇기에 빠르기로 유명한 곤충들에게서 그 노하우를 배우고자 한다.
그리고 그러한 과정 속에서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된다. 또한 타인의 삶을 통해서 내가 얻을 것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남들 눈에는 여전히 약하디 약한 달팽이일 뿐이지만 그래도 어려운 일을 통해서 점점 더 강해지는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혼자라서 외롭고 힘들다고 생각했지만 친구가 생기고 서로가 서로를 위하면서 함께하는 모습은 앞으로 살아가는 우리에게 힘이 되어 줄 것이다.
자연재해 같은 상황 속에서 한낱 미물같은 달팽이는 오히려 안전하게 몸을 피하는 걸 보면서 우리 인간들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를 깨닫게 된다.
살아가다보면 나의 모습이 아무런 장점이 없어 보이기도 하고, 때로는 한없이 약해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자신에게도 분명 남들이 인정하는 모습이 있다. 전작 <나는 한 마리 개미>에서보다는 좀더 많은 그림과 글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그림에 어울리는 글과 글을 잘 표현하는 그림은 여전히 인상적이다.
그림만 보면 수채화풍으로 상당히 이쁘다. 하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지극히 사실적이고 풍자적인 모습을 담고 있다. 벌써 부터 다음 곤충이야기가 기다려지기까지 하다. <나는 한 마리 개미>에서 조연으로 등장했던 달팽이가 주연으로 활약했는데 다음편에서는 어떤 조연이 등장해서 자신의 철학을 들려줄지 기대된다.
우리가 간과하고 살아가는 인생 철학에 대한 달팽이의 이야기를 들어 보는 시간을 통해서 느림의 미학까지는 아니더라도 너무 급하게만 살아가는 내 삶을 한번쯤은 돌아보면 좋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