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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즈맨의 죽음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18
아서 밀러 지음, 강유나 옮김 / 민음사 / 2009년 8월
평점 :
정신적인 가치가 그 소중함을 잃고 물질만능주의가 그 어느때보다 팽배하고 있는 요즘이다. 그런데 아서 밀러는 그러한 모습을 이미 1949년 <세일즈맨의 죽음>이라는 책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 책의 시대는 제1차 세계 대전이후 1929년 대공황 직전이다. 주인공 윌리 로먼은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다. 세일즈 맨으로서 영업을 하며 하루에 최고 170달러의 커미션을 받을 정도의 실력을 보였다. 좋은 집에 좋은 차에 남부럽지 않았다. 하지만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그리고 세일즈맨의 필요성이 줄어들면서 윌리의 입지도 줄어든다.
회사의 성장에 기여했던 그의 노력은 시간이 흐르고 세대가 지나면서 위용을 잃어가고, 미식축구로 장학금을 받고 대학에 진학하리라 믿었던 그가 자랑하던 큰 아들 비프는 고등학교 수학 시험 낙제로 진학에 실패한다. 또다른 아들 해피 역시 변변치 못한 생활로 여전히 부모에게 그어떤 도움이 되어 주질 못한다.
회사에서는 자신의 존재감이 약해지는 동시에 금전적 문제와 아들들에 대한 실망까지 겹쳐진 윌리는 이 모든것들로부터 회피하기 위한 방편으로 점차 현재와 과거를 혼동하기 시작한다. 과거 자신이 가장 행복했던 시절로 돌아가서 형인 벤과도 대화를 나누고, 아버지와도 대화를 나누기 시작하는 것이다.
오랜만에 집에 들른 아들들은 아버지의 상태가 심각함을 알고 경악한다. 그리고 어느날인가부터 계속된 윌리와 비프의 갈등은 최고조에 달하게 된다.
희곡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음에도 상황과 장면 전환이 매끄럽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이 모든 일들이 윌리가 일을 끝내고 집에 돌아온 이후부터 회사에서 결국엔 해고되고 아이들과 저녁을 먹고 집으로 돌아와 밤까지의 시간이다.
꿈이 있었고 열정과 희망이 있었던 한 인간이 사회,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점차 그 자신을 잃어가는 모습이 결코 과거 아메리칸 드림만을 말한다고 할 수 없는 것은 분명 지금 우리 시대, 우리나라에서도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이다.
너무 힘들고, 스스로가 그 상황을 인정하지 못하는 윌리의 모습과 끝내 자신과 아버지, 동생 해피의 진짜 모습을 인정하게 된 비프의 모습이 극명하게 되는 모습이 흥미롭다. 끝까지 자존심을 잃지 않으려다 진짜 자기 모습마저 잃어버린 윌리가 결국엔 비극적 결말을 맞이하는 장면에서 안타까움을 넘어 허탈함이 느껴진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윌리의 정신착란적 증상을 잘 표현함으로써 윌리의 상황들이 잘 묘사되는 효과를 얻고 있는 책이다. 50년도 더 된 작품이 현재의 모습을 반영한 것처럼 느껴지기에 충분히 현대인에게도 어필할 수 있는 책인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