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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런거리는 유산들
리디아 플렘 지음, 신성림 옮김 / 펜타그램 / 2012년 5월
평점 :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은 두 분류로 나누어질 것이다. 부모 중 한분과(어떤 경우엔 모두일수도 있겠지만) 이미 이별을 경험했거나 아니면 아직 그런 경험이 없거나.
어느 한분이든 누군가를 떠나보낸다는 것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아픔이자 상처이다. 설령 그분의 죽음이 예견된(병환 등의 이유로) 것일지라도 말이다.
이 책은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부모를 떠나보낸 한 정신분석학자의 애도 심리 에세이"이다. 누구라도 부모를 떠나보낸 사람이라면 거의 모든 것에서 공감을 얻을 만한 책인 것 같다.
어머니를 떠나보내고 어머니가 살아생전 쓰시던 물건들을 정리하면서 나는 단순히 그분의 물건을 정리한 것이 아니라 그분과의 추억을 정리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책속에 저자 역시도 여읜 지 2년 만에 어머니와도 작별하면서 부모님의 집을 비운다는 것에 대해서 서술하고 있다.
이런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라면 앞으로의 일에 대한 감정적 대비가 될 것이며, 이미 그런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저자 리디아 플렘과 함께 제대로된 애도를 한다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부모님을 떠나보내고 우리는 얼마나 제대로 애도 했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아픔을, 슬픔을 얼마나 제대로 표현했으며, 그분들을 제대로 애도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지 궁금한 내용이자 리디아 플렘의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나의 모습을 다시금 되돌아 보게 되는 순간 순간들이였다.
이 책을 읽다보면 애도 에세이임과 동시에 부모님의 발자취를 남기는 그런 책이 아닐까 싶다. 두분이 살던 집을 비우면서 느끼는 감정과 그 과정에서 부모님의 물건들을 자신의 보금자리로 가져오는 것은 그분의 유산들이 고스란히 전해져 오는 느낌이다.
그리고 스물셋의 아버지와 스물다섯의 어머니가 3년간 주고받았던 연애편지 750통을 통해서 그분들의 삶에 대한 기록하고 있다는 생각까지 든다. 결코 평범하다고 볼 수 없는 삶을 살았던 두 분의 이야기를 통해서 한 개인의 삶이 아닌 시대의 모습을 보는 듯한 느낌까지 든다.
집을 정리하면서, 그리고 두분의 이야기를 읽어가면서 저자는 두분을 진심으로 보내드리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렇기에 저자에게는 이 모든 과정들이 부모님을 애도하는 행동들로 여겨진다.
그러므로 이 책은 두 분류의 독자들에게 각기 다른 의미로 도움이 되리라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