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도감 - 씁쓸하고 향기로운 야생초의 유혹
아리카와 히로 지음, 오근영 옮김 / 살림 / 2012년 5월
평점 :
품절


 

"아가씨, 괜찮으면 저를 좀 주워 가지 않을래요? 절대 물지 않을 겁니다. 예절교육을 제대로 받은 강아지입니다."

 

언뜻보면 일본에서 방영되었던 <나는 펫>이란 드라마가 생각나는 책이다. 회식 후 집에 돌아오는 길에 자신을 행려병자라면서 주워가라고 말하는 남자가 있다면 보통의 여자들은 어떨까? 요즘같이 세상이 흉흉한데 아무리 얼굴이 잘 생겼다한들 과연 주워가란다고 주워올 여자는 몇이나 될까 말이다.

 

어쩌면 이 책은 시작부터 보통의 상식적인 잣대로 평가하면 안되는 책인지도 모른다. 주워가라는 남자를 정말 주워 온 사야카와 의뭉스러운 모습으로 자신을 주워가라고 말하는 남자 이츠키의 만남은 마치 현실이 아닌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이렇게해서 상당히 독특한 사연으로 두 사람은 동거를 하기 시작한다. 이때 말한 동거는 남녀간의 관계라기 보다는 말 그대로 집주인과 주거인 정도에서의 동거를 말한다. 남녀가 한 집에 있으면서도 둘의 만남이 특수한 경우라 둘은 남자 대 여자의 관계로 쉽게 발전하지 못하는 느낌이다.

 

그리고 건어물녀에 해당하는 사야카에 비해서 이츠키는 생각지도 못한 요리로 사야카를 감동의 도가니로 만들어 버린다. 누군가가 나를 위해서 저렇듯 맛있는 밥상을 차려준다면 정말 없던 애정지수도 급상승 할 것 같다.

 

 장딸기

 

책에서는 우리가 평소 그냥 지나쳐 갔던 식물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주워 온 남자 이츠키의 박학다식한 모습을 통해서 두 사람의 이야기와 함께 야생초(식물들)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기 때문이다.

 

그 모습을 알고 있는 것에서부터 이름도 생소한 야생초가 다양하게 나온다. 그리고 그 야생초마다에 얽힌 에피소드가 흥미롭다. 누군가를 사랑해야지하고 마음먹고 시작하는 사랑은 거의 없다. 오히려 거의 모든 사랑의 시작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순간에 일어난다.

 

사야카와 이츠키 역시도 결코 예상할 순 없었던 관계이다. 하지만 야생초를 매개로 해서 점차 서로에게 호감을 보이는 경우라 할 수 있겠다. 맛있는 음식과 예쁜 야생초로 마음을 열어가는 이야기이다.

 

예쁘고 아기자기한 느낌의 책만큼이나 그 이야기도 잔잔하지만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그런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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