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두근 백화점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20
알렉스 쉬어러 지음, 김호정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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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시놉시스를 보고 참 흥미롭다 싶었다. 백(百)가지 물건이 아니라 만(萬)가지 이상이 존재하는 백화점에서 무려 4주 가까이를 살아야 하는 3모녀의 이야기라는 말만 들으면 상당히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먼저 들기 때문이다.

 

유전에 일하러 갔다는 아빠의 부재로 엄마와 앤젤린의 실질적인 보호자는 오히려 올리비아(리비)인 것 같다. 힘든 상황이라는 것은 물론 이해가 된다. 쉽지 않으리란 생각도 들고, 하지만 그럴수록 엄마라는 사람이 더욱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하는게 아닌가 말이다.

 

근데 엄마라는 사람은 마치 역마살이 끼인 것처럼 이리저리 집을 옮겨 다닌다. 리비는 친구들과 조금 친해질만하면 이사를 하는 엄마 때문에 제대로된 친구조차 사귈수가 없다. 그리고 이제는 친구 만들기를 스스로 포기한 상태다. 게다가 자주 바뀌는 학교로 인해서 학업조차 따라가기 힘들다.

 

그러던 엄마가 지금까지와는 비교할 수도 없는 대형사고를 쳤다. 바로 고급 스코틀리 백화점에 여행가방을 꾸려서 살기로 한 것이다. 집을 구할 이번 주말만 보내자는 엄마의 말이 믿음직스럽지 못하다.

 

애초 엄마는 백화점이 문을 닫는 저녁 6시를 15분 남기고 침대를 사러 간다면 여행가방을 끌고 백화점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문을 닫기 직전 리비에게 이곳에서 지낼 것임을 얘기하는 것이다. 아직 어린 앤젤린은 그저 이 상황들이 재밌고 즐겁기만 하다.

 

그날부터 시작된 세 모녀의 백화점 생활은 유통기한 가족이란 이름으로 대변되는 것만 같다. 유통기한이 얼마남지 않았거나 살짝 지난 음식, 물건들만 사용하는 모습과 언젠가는 백화점에서 나가야 할 그런 유통기한이 있는 그런 삶 말이다.

 

아무도 없는 백화점에서 전시된 물건과 무료 상품들만을 사용하며 하루 하루를 살아가는 모습이 흥미로울 수도 있겠지만 그뒤에는 홈리스 가족의 애환이 묻어난다. 그리고 무책임하고 무능력한 부모를 만나 너무 일찍 철들어 버린 리비의 독백이 아프게 다가온다.

 

야간 경비원과 청소부원들에게 자신들의 존재를 속이고, 감추며 하루 하루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듯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이 앤젤린의 철없는 모습과 엄마의 무책임한 모습, 리비의 의젓한 모습 사이에서 많은 것을 시사하는 것 같다.

 

이러다 유통기한의 삶을 살아가게 되는게 아닌지 진심으로 걱정하는 리비의 모습에서 느껴지는 연민과 불쌍함이, 이 책이 결코 시작과는 달리 즐겁지만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참 흥미로운 소재임에는 분명하다. 누구라도 한번쯤은 상상해 봤을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리비의 묘사처럼 아무도 없는 백화점 매장이 무섭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말에서도 알수 있듯이 말이다. 하지만 마냥 재밌게 읽기에는 엄마와 앤젤린의 철없음이 너무 어이없고, 갑작스레 진행된 엄마와 콧수염 아저씨의 러브모드는 오버스럽다.

 

그리고 백화점에 침입한 도둑들의 활약(?)이 생각보다 적고 임팩트가 약하다는 점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무단 침입이라는 죄목이 쉽게 해결되는 점도 갑작스레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점도 그렇다.

 

모두가 나간 불꺼진 백화점에서 생활하는 그 묘미와 아슬아슬함은 흥미로웠지만 그외의 모든 것에서 아쉬움이 남는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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