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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의 추리 책방
홍윤(물만두) 지음 / 바다출판사 / 2011년 12월
평점 :
품절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말이 딱 어울리는 책이 아닌가 싶다. 솔직히 물만두라는 닉네임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오히려 이분이 사후에 남긴 이 책을 먼저 알고 그분의 이야기를 알게 된 셈이다. 블로그에서 2000년 3월 2일을 시작부터 2010년 11월 17일까지 3913일 동안 공식적으로 1838편의 리뷰를 썼고, 이에 비공식적으로 쓴 글까지 포함하면 1만 2334편을 남기고 떠났다. 지금은 그녀의 동생이 '만순'이라는 이름으로 그녀의 블로그를 지금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비록 나는 그녀의 사후에 물만두라는 닉네임과 그녀의 리뷰를 알게 되었지만 이미 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리뷰를 먼저 읽고 추리소설을 구매해야한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라고 한다.
이 책에서는 생전에 그녀가 1833편의 글 중 추리소설 리뷰만을 모아 엮은 책이라고 한다. 고전 추리소설 46편, 영미 추리소설 47편, 일본 추리소설 54편, 유럽 추리소설 28편, 한국 추리소설 25편이 담겨져 있다. 이 리뷰들 중에서 솔직히 내가 읽은 책은 거의 없는 듯하다. 그래서 이 책을 읽기전 솔직히 많이 망설여졌다. 아직 읽지 않은 책의 스포일러일수도 있는 내용이 담긴 책을, 그것도 끝까지 긴장감이 유지되어야하는 추리소설의 리뷰를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나의 걱정이 기우였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녀의 리뷰에 일명 스포일러라고 말하는 책의 모든 내용을 줄거리로 적지 않았다. 책을 읽고 그에 대한 물만두만의 감상평이 적힌 글이다. 대략 그 책의 분위기와 흐름, 이러한 점들에서 느낄 수 있는 인간의 본성과 심리 등을 적어 놓은 것이 전부다.
그리고 각각의 장이 끝나는 지점에는 그녀가 뽑은 그녀만의 추리소설 베스트가 나온다. 애거서 크리스티, 앨러리 퀸의 추리소설, 뤼팽 전집, 여탐정이 나오는 추리소설, 특이한 탐정이 등장하는 추리소설, 음식과 추리가 만나는 추리소설 등 다양한 주제를 가진 추리소설 베스트를 소개하고 있으니 그녀의 추천을 따라 추리소설을 평정해 보는 것도 추리소설을 읽는 묘미가 될것이라 생각한다.
끝으로 책의 부록에서는 물만두의 블로그 <만두의 추리 책방>에 있는 추리소설 리뷰의 리스트가 나온다. 이 리스트를 읽어 보면 책에 실린 추리 소설 리뷰는 지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2000년 9월 20일 유니스의 비밀(루스 렌들)를 시작으로 2010년 11월 17일 메타볼라(기리노 나쓰오)를 끝으로 그녀의 추리소설 리뷰는 멈추어 버렸다.
그리고 2010년 12월 13일 그녀는 물만두를 남기고 홍윤이라는 이름으로 떠났다. 더이상 그녀가 쓴 추리소설은 읽을 수 없다. 문득 그녀가 지금도 물만두로 남아 있다면 그녀는 최근에 출간되는 책들에 어떤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줄지 궁금해진다.
故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