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자
강만희 글.그림 / 하다(HadA)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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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였을땐 빨리 어른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어리다는 이유로 너무나 많은 것에서 금지와 거부의 말을 들을때마다 빠리 어른이 되면 내 맘대로 다 할 수 있겠구나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결코 어리지 않은 나이에 도달하고 보니 그때의 그 소원이 이제는 반대로 빌게 된다.

 

좀더 어렸을때로 돌아가서 지금과는 다른 삶을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때마다 나이들어감이 참 서글플때도 있고, 어떨땐 무섭기도 하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어느 유명한 광고도 말했지만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아예 그런 생각도 말도 꺼내지 않을 거란 나만의 생각을 해본다.

 

"어느 날 저는 숫자가 두려웠습니다. 나이를 세는 그 숫자 말입니다. 나날이 쌓여가는 하루하루가 더해져 세월이라 이름 지어진 그 아라비아 발명품"

 

이 말에서 많은 공감을 얻게 되었고, 그렇기에 생면부지의 만자씨가 결코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가 보다. 어릴때 친구들이랑 이름에 "자"를 붙여서 부를때가 있었다. 촌스럽기 그지없는 그 한자에 우리의 우정이, 정다움이 묻어 있었다는 것을 이제야 느끼게 된다.

 

삶을 살아가는 소소한 이야기들이 저자의 그림과 함께 잘 표현되어 있다. 화려한 문장이나 자극적인 소재가 아니라 지금의 만자씨 연령대라면 느낄만한, 그리고 보통의 사람들이 느끼는 그런 이야기들이다. 또한 글과 함께 그려진 그림이 투박하여 더 좋다. 만약 화려한 여러 색채의 물감으로 유명하고 멋스런운 것들을 그렸다면 이야기와 괴리되는 느낌이 들텐데... 마칙 수묵화인듯, 먹에 찍어 거친 붓으로 그려낸 그림이 자연스러워 보여 좋다.

 

바쁜 도시 생활에서 벗어나 한적한 산골에서 자연을 벗삼아 살아가는 만자씨와 두 남자의 이야기가 우리네 이야기처럼 소박해서 더욱 좋은 그런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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