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라의 도서관 - 여성과 책의 문화사
크리스티아네 인만 지음, 엄미정 옮김 / 예경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2012년 독서의 해를 맞이해서 온라인 리서치 기업 '두잇서베이'가 중학생 이상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2011년 우리나라 사람들의 한달 평균독서량에서 64% 이상이 1권 이하를 읽는다고 하였다. 하지만 실제로 책을 많이 읽는 사람들을 감안하면 한권도 안 읽는 사람의 수도 상당할 것이란 생각이 든다.

 

과거 문자는 특권층의 전유물이였고, 그 문자로 쓰여진 책은 귀족이나 집권층만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이나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여자에게 책은 금지된 항목일때가 있었다고 하니, 지금 이렇게 세상의 거의 모든 책들을 읽고 있는 나같은 이에겐 청천벽력같은 소리가 아닐 수 없다.

 

이 책은 책과 여성의 문화사를 알아보면서 특히, 여성의 독서 역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이야기를 과거와 현대에 아우르는 미술작품들을 통해서 알아보고 있다는 점이 독특하다. 시대별 회화 작품 속에 등장하는 책과 여성을 주제로한 그림들을 통해서 당시 여성들의 사회적 위치와 분위기, 문화를 분석하면서 여성의 독서 역사를 알려준다.

 

초창기 여자를 남자의 지배하에 두기위해서 많은 사회가 여성의 책읽기를 금기시했다. 이것은 귀족층의 여성들도 예외는 없었다. 책을 읽기 위한 한 방편으로 수도원이 제안된 걸 보면 그 당시 사회의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굳이 서양사를 살펴보지 않더라도 과거 우리나라 여성들도 독서에 많은 제한을 받았던 것이 사실이다. 이모든 이야기들을 볼때 이 책의 제목에 판도라가 붙여진 의미를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스 신화에서 등장하는 판도라(Pandora)는 제우스가 헤파이스토스, 아테나, 아프로디테, 헤르메스 등이 각자 자신들이 가진 힘을 불어 넣어 만든 인류 최초의 여자이다. 이런 이유로 판도라(Pandora)라는 의미는 '모든 선물을 받은, 도는 지닌(all-gift 또는 all-giving)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인류 최초의 여자인 판도라가 책을 읽게 된 역사를 시대별로 회화작품을 통해서 보여주고 있는 책이기에 바로 <판도라의 도서관>이란 의미가 탄생한 듯 하다.

 

 

인쇄술이 발달하고,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상승하면서 여성의 독서에 대한 욕구는 점차 현실화되어가기 시작했다. 책에서 소개된 그림을 보면 상당히 흥미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는데 그것은 바로 다양한 자세로 책을 읽는 여성들이다. 그리고 그녀들의 시선끝에는 바로 책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시대별로 권장되던 책의 종류도 다양하고, 선호받은 책도 다양하다. 그리고 각자 개인의 성향에 따라 다양한 포즈와 다양한 책읽기를 하고 있는 점을 발견할 수도 있다. 하나의 그림에서 많은 것을 읽을 수 있는 것이다.

 

여성의 독서 역사를 보면 여성이 사회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볼 수 있는 것 같다. 자신의 생각보다 아버지나 남편, 나아가 사회의 규범에 따라 움직여야 했던 여자일때 독서는 여전히 목마른 대상이였고, 탐할 수 없는 선망의 대상일때였다. 하지만 20세기, 21세기를 넘어 오면서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높아질 수록 여성의 독서 분야에는 제한도 없고, 제재도 존재하지 않는다.

 

매력적인 그림만큼이나 더 매력적인 독서의 향기에 빠져있는 그녀들의 모습을 보노라면 정체된 그림에서 즐거움과 행복이 묻어나는 것 같다. 책을 읽는 그녀들의 모습에서는 그 어떤 불편함의 움직임도 찾아낼 수가 없다. 오히려 여자들은 자신들의 손에 들린 책에 몰입해 있는 모습을 볼 수가 있다.

 

책을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그녀들의 기쁨이 나에게까지 전해져 오는 그런 그림들이다. 책읽는 여자에게선 향기가 묻어난다. 뭔가 모르게 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것이다. 나의 지식을 자랑하기 위함이 아니라 오로지 나의 즐거움을 위한 책읽기의 소중함을 다시금 느끼에 하는 책이다.

 

세상은 넓고 읽은 책은 무궁무진하다. 과거 많은 여성들이 읽을 수 없었던 독서에 대한 갈증을 단숨에 해결하는 그 자유에, 나는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여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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