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에 만약이라는 것이 존재할까? 우리는 기록으로 남겨진 역사를 통해서 과거의 일들을 짐작할 뿐이다. 또한 기록이든, 구전이든 남겨진 역사는 우리에겐 여전히 궁금증을 자아내게하는 일들이 많은 것 또한 사실이다. 그렇기에 간혹 후대인들은 역사적 가정이란 것을 한다. '만약 그때 그렇지 않았다면....' 이라는 말로 말이다.
이 책 역시도 분명히 픽션이다. 조선왕조실록 세종조 기록에 남겨져 있다는 황해도의 여자 산적 이야기와 같은 해 황해도에 신백정 출신 산적 홍득희의 체포 기록을 통해서 저자가 창조해낸 이야기이다.
홍득희와 김종서의 관계에 대한 픽션까지도 왠지 진짜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은 등장인물과 역사적 배경들이 상당히 사실적이기 때문이다. 홍득희와 김종서의 만남부터가 보통의 사건을 넘어서는 마치 운명적 만남으로 보여지는 것도 소설에 재미를 더하는 요소가 아닌가 싶다.
책을 읽으면서 궁금했던 점이라면, 책속의 김종서의 모습이 과연 역사적으로 고증된 모습일까하는 것이다. 흔히 우리가 드라마나 역사서를 통해서 보아온 강인하고 단단한 인물적 느낌보다는 확실히 인간적인 모습이 더욱 많이 담겨 있어서 많이 다른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세상의 모든 것을 얻으라고 김종서가 지어준 홍득희라는 이름을 가진 여인과 김종서의 이야기가 책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김종서가 위급한 상황에 처하거나 할때도 홍득희가 도움이 주기도 하고, 반대로 홍득희로 인해서 김종서가 위험한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하지만 단순히 도적이나 산적으로 보기엔 홍득희 무리가 백성들을 위해서 한 일들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일들이 많아 보인다. 탐관오리와 부정부패로 타락한 지방 관리들을 대신해서 조선 백성들을 지키낸 모습을 보고 있자면 의적쪽이 오리혀 더 가깝지 않나 싶다.
이 책에서는 크게 세가지의 이야기가 나온다. 김종서와 홍득희에 관련된 이야기, 김종서가 북방개척을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이야기, 마지막으로 여전히 역사적 미스터리로 남아있는 김종서의 죽음과 과련된 계유정난 사건이 바로 그것이다.
물론 책에서는 누가 김종서를 죽였는지가 나온다. 그런 걸 보면 사람의 인연이 참으로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잠시 잠깐 스쳐지날갈 듯 보이던 그 인연의 사람이 자신의 인생에 있어서 어떤 식으로 나타날지를 생각하면 참으로 무섭기 그지 없다.
소설은 픽션으로 쓰여졌다고는 하지만 역사적인 큰흐름과 사건을 따르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김종서가 수양대군에게 죽임을 당하지 않았더라면 조선의 역사가 어떻게 변하였을지는 아무도 알 수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이 책은 조선 역사에서 계유정난이라는 큰 사건으로 마무리된 김종서의 죽음에 대해 역사가 말하지 않은 픽션으로 만나본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