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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데이
김병인 지음 / 열림원 / 2011년 11월
평점 :
모든 역사와 드라마는 단 한장의 사진에서 출발했다. 2005년 12월 SBS 스페셜에서 '노르망디의 코리안'이라는 제목으로 방영된 바도 있다고 한다. 상당히 유명했다고 하는데 솔직히 난 영화 <마이 웨이>가 개봉되면서 알게 되었다.
마이 웨이는 바로 사진 속에 나오는 한 동양인 남자의 기구한 운명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한다. 전혀 특색없이 보이는 보통의 평범한 동양인 남자가 왜 서양인들 틈에 끼어서 적군이나 다름없는 나라의 군복을 입고 있어야 했을까? 바로 그 의문점이 이 소설의 출발점인지도 모른다. <디데이 D-DAY>는 소설을 위해서 쓰여진 책이 아니라 처음부터 영화 시나리오를 염두에 쓰여졌다는 점도 특이하다. 두번 다시 전쟁영화는 찍지 않겠다는 장동건씨가 주연을 맡아 화제가 된 바로 그 영화의 원작이다.
사진 속 그는 왠지 모든 걸 체념한 듯도 한 표정이다. 그에겐 과연 무슨 일이 있었을까? 우리에겐 지워버리고 싶도록 치욕적이고 아픈 과거의 역사가 바로 제국주의 일본의 침략에 의한 국권피탈이였다. 그 시대 우리 국민들 중 일부를 제외한 모든 이들이 많은 아픔과 서러움의 나날들을 보내야 했을 것이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그들은 각각의 명목으로 일본에게 핍박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가운데 대식이란 한 조선인 남자의 인생 역시도 그 역사의 소용돌이에서 빠져 나갈 수 없는 운명이였는지도 모른다.
지금은 양국의 관계가 많이 개선되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가슴 저편에선 한국과 일본을 라이벌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은 것처럼 소설 속에서는 바로 대식과 요이치가 그 역할을 대신한다고 볼 수 있겠다. 일제 치하라는 시대적 배경에 따른 두 동갑내기의 신분적-사회적 상황을 통해서 어쩌면 저자는 그 당시의 생생한 모습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기구한 운명이라고 밖에 할 수 없는 두 남자의 이야기는 책속에서 두 사람의 이야기가 번갈아 가며 나오는 것으로 소개되고 있다. 작가는 한국과 일본이라는 두 나라의 적나라한 시대적 관계를 나타내고 있지만 동시에 둘의 이야기를 함께 하면서 나름의 대등한 입장을 고수하기도 한다. 같은 시대의 너무나 다른 삶을 살던 두 남자가 하나의 길에 엮기면서 겪는 파란만장한 역사의 한 모습을 저자는 서로의 모습에서 담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적으로 만나 생사를 넘나드는 전쟁의 화염 속에서도 그들이 살아남고자 했던 꿈이 있었기에 그들은 서로를 이해하는 공감을 갖게 된 것이다. 서로가 서로를 이기기 위해서 양국의 자존심을 어깨에 짊어지고 달리던 때는 이미 그들에겐 크게 중요하지 않게 되었을 것이다. 죽느냐 사느냐의 절체절명의 위기의 순간 앞에서 그들은 함께 살기 위해 두 손을 잡았는지도 모른다.
우연히 발견된 단 한장의 사진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이토록 많은 것들을 담고 있는 것이다. 그 시대를 살지 않았기에 그때의 아픔을 전부 헤아릴 수 없는 세대에겐 그저 가슴 아프면서도 감동적인 한편의 영화같은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느 누군가에겐 진짜 삶이였던 한국 역사의 한 단편이 아닐 수 없다.
역사의 한 페이지가 되어버린, 그때의 삶을 견뎌 냈던 많은 분들에게 절로 고개가 숙여지는 그런 책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