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막의 도시 황금펜 클럽 Goldpen Club Novel
신규호 지음 / 청어람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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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도에 간다면 무엇을 가져 가겠는가' 라는 질문은 흔하게 들어 봤을 것이다. 하지만 만약 내가 표류된 것이 아니라, 남겨진 것이라면...

어느날 잠에서 깨어나 보니 세상의 모든 살아 움직이는 존재가 사라지고 오로지 나만 남겨진다면 어떤 느낌이 들까? 그리고 난 맨처음 무슨 생각을 할까?

 

나는 사랑하는 사라에게 청혼을 결심한다. 그리고 그녀에게 급한 일이 있는 것처럼 얘기를 하고 집으로 와 줄 것을 바란다. 그리고 빗소리를 들으면 잠이 드는데....

빛에 놀라 잠에서 깨어났을 때 아침이 되어 버렸다. 꽃은 그래로 이고, 반지도, 두 개의 와인 잔도 그대로이다. 사라의 전화를 컬러링만 울릴 뿐 받지를 않는다.

 

그렇게 찾아간 그녀의 집, 그녀는 어디에도 없다.... 그리고 사라의 집으로 오는 동안 지나쳤던, 어쩌면 애써 무시하려 했던 점을 문뜩 떠올렸다. 바로 거리에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아울러 움직이는 그 어떤 것도 없다.

 

의문을 넘어 공포로 다가오는 도시 전체의 적막감... 과연 내가 잠든 하룻밤 사이에 무슨일이 일어난 것일까?

 

나는 사라와 나를 입양해준 부모님에 대한 미안함과 동시에 표현하지 못했던 사랑에 후회스럽기만 하다. 어떻게든 사라진 사람들의 흔적을 찾아 보려 부모님의 집으로 가는 도중에 내가 '어둠의 길'이라고 부르는 길을 만나지만 그냥 지나치고 만다. 그리고 자신이 물건을 사러갔던 편의점에 다시 들렀을 때 뭔가 잘못된 점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뒤에서 들리는 희미한 목소리...

 

"오…… 류 예 …… 요."

 

자신이 물건을 사고 카운터에 올려 두었던 2만원이 사라진 것이다. 그때부터 나는 이전까지의 외로움과는 차원이 다른 공포를 느낀다. 나혼자일꺼라 생각했던 곳에 나 아닌 누군가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내 아파트 건너에서 깜빡이는 불빛을 쫓아 간 나는 확실히 누군가가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다시 그 존재를 만나 전혀 뜻밖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리고 그는 말한다. 사람들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내가 사라진 것이라고. 이곳을 빠져나가기 위해서는 그 열쇠를 나 스스로 찾아야 한다고... 하지만 나아질 거라 생각했던 순간 다시 깨어났을 때 세상은 더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사람들은 모두 나의 가면을 쓰고 마치 트루먼쇼의 배역을 맞은 연기자들처럼 각자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때 다시 나타난 그는 나에게 다시 한번 거짓을 믿지 말라고, 현실을 찾으라고 말한다.

 

그렇게 해서 나는 얼마전 가지 않았던 '어둠의 길'을 가게 되고, 그곳에서 내가 잃어버린 기억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곳을 지키고 있던 나의 어릴적 나와 만나 이야기를 하게 된다.

 

황금 자물쇠로 잠겨져 있는 그곳을 열고자 하는 내게 소년은 말한다.

 

"정말…… 진실을 위해 그녀를 버릴 수 있겠어요?"

 

과연 소년의 말은 무슨 뜻일까? 그녀를 버리면서 얻고자 했던 잠겨진 문 뒤의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 잊고 살고자 했던 기억을 다시 끄집어 냈을때 과연 난 행복할 수 있을까? 내가 사라져 버렸다는 이 도시를 벗어날 수 있을까?

 

진실을 찾기위해 내가 한 행동의 결말은 과연 그럴만한 가치를 지닌 것인지는 그 결말을 읽어 보길 바라며 남겨둔다.

 

사람들은 너무 괴로운 상황에 놓이면 말한다. 그냥 사라져 버렸으면 좋겠다고. 자고 일어나면 이 일이 일어나기 전으로 되돌아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이다.

그럼 과연 행복할까?

 

내가 사라진 이유에 대한 비밀이 밝혀졌을 때, 특이한 경우라는 생각과 함께 그런 경우도 있겠구나 싶었다. 그래서 전체적인 스토리의 전개가 흥미로웠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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