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처음 접하고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이란 바로 "난 언제부터 시를 읽지 않았을까?"하는 것이였다. 그와 동시에 돌이켜 생각해보면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론 아마도 내 손에서 시집은 어쩌다 한번 선택되는 기분 전환용 도서일 뿐이였단 것이다.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다. 시가 내게서 떠난 것이 아니라 내가 시를 떠나보낸 것이 아닐까 하고 말이다. 흔히들 말하는 사는데 도움되는 자리관리서나 실용서를 읽고, 외국어 공부를 위한 책들을 읽는 사이 나의 감성과 시는 동시에 내게서 사라진 것이 아닌가 하고 말이다. 보통 시라는 것은 문학 장르 중에서도 가장 함축적이고, 가장 감각적이라고 여겨도 좋은 분야이다. 하지만 과거 시대에 항거하고 시대의 아픔을 얘기할 때 주된 분출구가 되었던 것이 또한 시이다. <철학카페에서 시 읽기>는 그런 점에서 상당히 눈 여겨 볼 만한 작품이 아닌가 싶다. 왜 우리가 시를 읽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왜 우리에게 시가 필요한지에 대해서 저자는 허심탄회하게 그리고 흥미롭게도 시를 예로 들어서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있다. 책속에서는 국내외의 다양한 시인들의 시가 소개되고 있는데, 놀라운 점은 어쩜 그리고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상황에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는가이다. 고단한 삶의 쳇바퀴 속에서 멈추어 서는 것은 곧 퇴보하는 것과 같아진 상황을 경험하는 모든 현대인들, 특히 청춘들에게 저자는 시에서 그 답을 찾을 것을 권한다. 우리가 학창시절 열심히 배웠던 시람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시에 대한 원론에서 부터 시작해서 연애와 사랑의 기술, 외로움을 극복하는 방법,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법, 그리고 현대의 소비 만능주의에서 자기애와 자존감을 잃지 않는 방법과 급격히 증가하는 위험의 시대에 대한 대처에 이르기까지 실로 다양한 부분에 대해서 저자는 시를 통한 치유를 돕는다. 어느 때부터인가 시라는 것과 시인이라는 것이 지나치게 철학적, 감상적 이미지로 굳어져 버리는 이때에 저자는 우리들의 삶 속으로 그 철학과 시를 끌어들였다고 보면 될 것이다. 누군가 특별한 사람들만이 공유할 것 같은 시가 사실은 우리의 일상생활과 전혀 무관하지 않음을 이 책을 통해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하이데거는 현재 우리가 처한 시대적 상황에 딱 맞아 떨어지는 우리의 시대를 궁핍한 시대(diedrftige Zeit)라고 불렀다고 한다. 동시에 하이데거는 신이 우리 인간에게 하려는 말씀을 시인들의 시를 통해서 전달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인간들의 삶의 치유와 궁핍한 시대적 아름다운 세계로 만든 데에 바로 시가 제몫을 해낼 것이라는 것이 저자가 우리에게 말하고자 하는 바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