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야 사는 남자 황금펜 클럽 Goldpen Club Novel
손선영 지음 / 청어람 / 2011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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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의 소개글만 봤을 때는 왠지 이사카 코타로의 <골든 슬럼버: 온 세상이 추격하는 한 남자>가 생각났던 게 사실이다. <골든 슬럼버> 속에서도 "어느 날 난데없이 암살범으로 지목된 한 남자가 누명을 벗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그려지고 있고, <죽어야 사는 남자>에서도 살인자 이대형으로 지목한 이지훈이라는 남자가 자신의 살인 누명을 벗기 위해서 정부 권력과 뒷골목의 검은 세력에 대항해서 싸우는 이야기가 나오기 때문이다.
다음, 네이버 서평 평균별점이 왜 ★★★★인지를 충분히 알겠다. 읽어 본 나로서도 4개가 딱이다 싶다.
일단 왜 다섯개가 아니냐면 마지막의 마무리 부분이 다소 아쉽다는 느낌이 강하기 때문이다. 마무리에서 좀 더 완성도를 높였다면 별 다섯개로도 모자란 작품임에는 틀림없다.

이 소설이 무엇보다도 실감났던 이유는 현실 속에서 충분히 이런 살인자 이대형이 되어버린 "진짜" 이지훈처럼 될 수도 있겠구나 싶었기 때문이다. 주민등록증이라는 손바닥만한 신분증 속에 나의 주소지는 물론 지문과 사진, 주민등록번호(여기엔 생년월일이 찍혀 있다.)까지 나의 가장 중요한 사적 정보가 포함되어 있다. 요즘 아무리 인터넷 상에서 개인정보가 유출된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사진과 지문까지 포함된 주민등록증은 차원이 다른 문제이다.

친구에게 사기를 당한 진짜 이지훈의 허술함도 물론 잘못이 있겠지만 작정하고 속이려든 친구 이동훈의 문제도 간과할 순 없다. 거기다가 행정당국자와 경찰 조직, 범죄 조직까지 결합된 역사상 그 유래를 찾아 보기 힘든 초대형 살인과 사기극이니만큼 일반 소시민인 이지훈은 어떻게 맞서 싸워서 정의를 실천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직장 동료였던 이동훈의 사기로 빚더미에 앉게 되고, 그 일과 연관해서 회사에서는 뇌물 수수건에 관련되면서 진짜 이지훈은 9년 넘게 노숙자로 살아간다. 그러다 보라라는 여인을 만나 진짜 인간다운 삶을, 남자로서의 삶을 살고자 말소된 주민등록을 살리려고 주민센터를 찾아간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10년만에 자신의 신분을 찾으려고 한 일이 오히려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리게 하는 살인 사건에 휘말리게 만든다. 졸지에 살인자 이대형이 되어버린 이지훈은 그때부터 자신과 자신을 믿고 기다리는 보라를 위해서 진실을 밝히려 하지만, 그 진실은 또다른 거짓과 범죄의 온상을 들춰낼 뿐이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사건들 속에서 진실을 밝히려고 하면 할 수록 더욱 커다란 진실이 드러나게 되고, 생각지도 못한 거물급의 인물들이 관련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부패와 비리의 온상이 따로 없다. 그 사이 많은 희생자가 발생하고 사건은 점점 더 미궁 속에 빠지는 듯 하다. 하지만 정팀장, 백용준, 황재현 트리오의 집요하고 끈질긴 수사로 사건을 수면으로 떠오르게 되고, 일단의 결말을 맞게 된다.

극초반 이 책은 상당히 스릴감있고, 긴장감과 함께 속도감을 느끼게 한다. 엄청난 일들이 불과 며칠 사이에 이루어진다는 점과 그 사건과 연관된 사람들의 얽히고 섥힌 관계들이 상당히 흥미롭기 때문이다. 하지만 극 중반과 후반으로 갈수록 이런 긴장감과 스릴은 점차 쇠퇴한다. 너무 많은 사건과 인물들이 관련되어 있는 탓에 그것들을 정리하고 해결 짓는 과정에서 살인자와 범죄자들의 범죄 목적에 대한 주장이 조금 밋밋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고, 순식간에 사건이 일단락 되는게 아닌가 싶기도 했다. 초반부에 극적 흥미를 불러 일으키던 느낌이 간간이 등장하긴 하지만 끝까지 그 매력을 이어나가지 못한 점이 이 책을 별 네개에 머물게 한 가장 큰 요인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고영미의 정신과 의사에 대한 살인적 행위에 대한 사건이 그냥 지나가 버린 점이 아쉬웠다. 작가가 다음편을 위해서 남겨 두었나 싶기도 하지만 어쨌든 사건의 해결과정과 결과면에서 여러모로 아쉬운 점들이 발견된 것은 앞으로 작가가 집필과정에서 좀 더 고심해야 할 문제인 듯 하다.

그외에는 나무랄데없는 국내 순수의 추리소설을 보는 듯해서 즐거운 시간이였다. 작가의 전작과 후작이 기대되는 책인 것만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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