샴페인
조현경 지음 / 예담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뉴욕에서 인정받은 톱 디자이너, 재벌가 출신 판사, 미모의 뮤지컬 제작자. 어느 한 명도 매력적이지 않은 캐릭터가 없다. 이 셋의 공통점은 모두 여자이다. 그리고 겉으로 보면 분명 성공을 거머쥔 파워우먼이다.

 

로열 그룹이라는 재벌가를 배경으로 하지만 자신도 충분히 똑똑한 판사 서진. 온전히 자신의 실력으로 바닥에서 최고의 모디스트(모자 디자이너)가 된 희경. 밑바닥 인생에서 문화계의 신데렐라로 재탄생한 뮤지컬 제작자 혜리. 이 세명은 묘하게도 크리스라는 한 남자와 모두 연관되어 있다.

 

현직판사로 로열그룹이라는 뒷배경에 국회의원 차남이라는 남편까지, 서진의 겉모습은 화려한 그야말로 태생부터가 귀족이다. 사랑이라 믿었던 남편과의 러브스토리가 그의 잘짜여진 각본이였음을 알게 된 순간 행복은 배신의 나락으로 그녀를 끌어내리고 서진은 남들의 이목과 집안에서의 배척, 커리어의 상실 등이 두려워 쇼윈도 부부로 살아갈 뿐이다. 그리고 서진의 남편인 한규는 그녀의 배경까지가 그녀 자신이라는 주장으로 그녀를 선택했음을 당당히 밝혀 그녀에게 또한번 모욕감을 줄 뿐이다.

 

서진의 친구, 희경. 집안의 부도로 최악의 가정 환경에서 서진의 친구로 만났다. 남들과 다른 서진의 모습에 유일하게 비난도 궁금증도 품지 않는 희경에게 오히려 서진이 반한 케이스다.

 

"친구란 비밀을 나누는 사이가 아니라 비밀을 지켜주는 사이야. 나는 네가 잠근 비밀의 문 앞을 지키는 수문장이야."(p.140) 이란 말로 서진을 감동케했던 유일한 친구가 바로 희경이다. 지쳐버린 희경 앞에 등장한 미국 유학생 도훈은 희경에겐 백마탄 왕자였을지도 모른다. 지금과는 다른 세상으로 데려가 줄 그런 존재 말이다.

 

그리고 희경은 바랬다. 그녀가 함께 성장해서 영화제작자를 꿈꾸는 도훈과 어깨를 나란히 하면 행복할 것이라고. 서로의 예술적 정서를 교감할 수 있을 거라고. 하지만 그녀의 성공은 오히려 도훈의 실패를 부각시켰고, 무능함을 돋보이게 만들었다.

 

그 누구도 바라지 않았지만 현실 속에서 도훈은 모디스트 희경의 남편 도훈일 뿐이였다.

 

그리고 혜리. 아버지의 죽음으로 맡겨진 이모는 그녀를 방치했고 그녀는 도망치다시피 그곳을 벗어났다. 하지만 세상은 녹록치 않았고 그녀는 자신을 무기 삼아 인생을 살아 가고 있다. 그러다 남자를 만났다. 이번엔 정말 튼튼한 동앗줄이다. 그녀를 단번에 성공으로 이끌어 줄 그런 존재.

 

하지만 평화로울 것 같던 그들의 삶이 크리스라는 한 남자로 파국으로 치닫는다. 한 여자의 정부이자, 한 여자의 모델, 그리고 또다른 여자의 추한 과거를 아는 지인. 그렇게 자신들이 꿈꾸던 성공이 크리스라는 변수로 인해서 세 여자는 모두 추락한다. 그토록 겁내던 모습으로 자신들이 내던져지자 오히려 그녀들은 그속에서 새로운 희망을 엿보게 되고 또다른 다짐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여자의 성공은 같은 여자의 질투와 시기를 불러온다. 그래서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말이 나온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인간의 멈출줄 모르는 탐욕과 이를 위한 배신은 결국 사람 사이의 관계를 무너뜨린다. 이 책 역시 이점에 집중하고 있다. 그 누구보다도 사람과의 관계, 명성, 평판이 중요한 세 여자의 인생에서 세 가지가 동시에 무너지면서 그 이후의 대처 모습들은 모두 제각각이다.

 

특히 혜리의 경우는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신정아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그녀들의 성공 스토리가 아니라 성공한 그녀들의 이야기에 포커스를 맞추고 싶었다는 작가의 생각에서도 엿볼 수 있듯이 철저히 이 이야기는 그녀들에 맞추어져 있다. 성공을 하기 위해 각자의 방법대로 살아가는 그녀들과 그렇게 얻은 성공을 잃어가는 과정과 잃은 후의 재기를 다짐하는 그녀들의 모습이 솔직하게 그려지고 있다.

 

관계에서 실패했을 경우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대에게 잘못을 묻는다. 그리고 자신은 슬쩍 발을 빼고자 한다. 하지만 "무슨 일이든 사람은 혼자만의 인과를 가진 게 아니라는 거야. 같이 산다는 것, 함께한다는 거는, 서로의 인생에 책임을 져야 하잖아. 그가 잘 되든 못 되든 내 책임이 있는 거고 그쪽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어.(p.268)" 라고 말하던 희경의 말처럼 결국 문제의 책임에서 모두가 자유로울 수 없다는 걸 깨닫게 된다. 단지 그 정도의 차이일 뿐이지 말이다.

 

책속에서 샴페인은 자주 등장한다. 뭔가의 성공을 축하하는 자리에서 등장하는 샴페인. 그녀들 역시 인생에서 몇번의 샴페인을 떠트린다. 하지만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나락으로 떨어진 자신들을 성공이란 대열에 올려 놓기 위한 제2의 인생을 바라며 그녀들은 지금 바로 샴페인을 떠트린다.

 

"나의 행복, 성공을 위해서 che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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