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얼간이
체탄 바갓 지음, 정승원 옮김 / 북스퀘어 / 2011년 7월
평점 :
품절


 



 

얼간이

[명사] 됨됨이가 변변하지 못하고 덜된 사람.

사전적 의미의 얼간이다.

 

영화를 보진 못했다. 사람마다 책과 영화 두 매체에서 느끼는 바가 모두 다를 것이다. 얼간이라고 생각하면 보통 어딘가 많이 모자란 인물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과연 우리는 하리, 알록, 라이언 삼인방을 세 얼간이로 단정지을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다.

 

누구의 기준이냐에 따라 그들은 수재일 수도 있고, 평균일 수도 있으며, 얼간이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이 책은 사미르라는 의문의 인물의 유서로 시작된다. 그리고 세 얼간이를 제대로 만나기도 전에 알록의 위급 상황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IIT(인도델리공과대학 [印度工科大學, Indian Institute of Technology Delhi, 출처 네이버 백과사전]). 상당히 유명한 곳이다. MIT, UC 버클리에 이어 세계 3위를 차지한 공과대학이다. 수학분야에서 인도인들이 그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기사는 심심치 않게 보았을 것이다.

 

IIT는 인도인들에게 장미빛 미래에 대한 약속이자 보증 수표다. 부도날 염려가 없는 신뢰도 100%로 말이다. 그렇기에 집안의 기대에, 개인의 성공에 목적을 두고 인도의 많은 수재들이 IIT에 몰려든다.

 

하지만 어디에서건 항상 서열이 있게 마련이다. IIT에 오기전엔 1등이였다 하더라도 전국의 1등이 모이니 한 순간에 자신은 어느새 평점 5점대의 얼간이가 되어 버리는 곳이 또한 IIT이다.

 

여기 그런 얼간이가 셋있다. 기숙사에서 신입생의 군기를잡으려는 선배에 대항하는 라이언의 돌출 행동으로 함께 있던 하리, 알록은 어느덧 쿠마온의 삼인방, 일명 절친이 된다.

 

이야기는 알록에게 일어난 일대의 사건을 계기로 하리가 그 일이 일어나기 전의 과거 시점부터 현재 그리고 그 이후의 이야기를 담은 글이다.

 

기존의 질서에 대항하고, 그 것을 바꿔 보려고 하지만 결국은 그것을 이뤄내는 것이 계란으로 바위치기임을 깨닫게 되고, 자신들이 실제 할 수 있는 방면에서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다.

 


 

IIT의 교수나 학생들의 눈에는 분명 셋은 얼간이다. 평점이 5점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의 목표는 그저 평점 5점대를 유지하는 것뿐이다. 자신에 대한 기대를 낮추는 것마으로도 얼마나 행복해질 수 있는지,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라는 하리의 말처럼 그들은 학점을 떠나 자신들만의 기준에선 평점 9점대의 최우수학생들이다.

 

마치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처럼 대학진학을 위해 우정은 모두 던져 버리고, 청춘은 묵살하고, 꿈은 대학 진학후를 위해 누른채 열심히 과제와 공부만 하는 모습과 세 얼간이들의 엉뚱하고 튀는 행동은 분명 대조적이다. 그렇기에 과연 누가 얼간이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가 없다.

 

그들은 모두가 바라는 대로 직장도 구했다. 그러니까 이제 그들은 '5점짜리 것들'이 아니고 '5점 받은 누구'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에겐 진짜 친구와 진짜 우정이 있다.

내 점수를 위해 친구를 그냥 학습 파트너로 보는 것이 아니라, 친구의 아버지를 위해 내 시험을 포기할 줄 아는 진짜 우정도 얻은 것이다. 살아가면서 학점이 중요할 때가 있다. 하지만 그것이 자신의 인생, 자신의 모든것을 대변하지는 않는다.

 

인생에서 진정한 친구를 얻고, 덤으로 6천달러의 직장까지 구하고 그래서 내 가족의 생계까지 책임지겠다는 꿈을 이뤘다면 이것이 바로 성공한 것이 아닐까. 그런 이들을 두고 누가 과연 얼간이라 할 수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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