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지그래
교고쿠 나쓰히코 지음, 권남희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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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쁘장하고 착했던 그녀, 가시마 아사미가 죽었다. 살해된 채로 그녀의 집에서 발견된 것이다. 그로부터 얼마 후 와타라이 겐야라는 사람이 나에게 찾아 온다. 나는 어찌되었든 그녀가 죽기 전에 혹은 죽은 후에 관련된 그래, 관계자다.

아사미와 겨우 네다섯번을 만난 것이 고작이라는 겐야는 왜 나를 찾아 왔을까?

 

아사미의 죽음이후 겐야라는 청년이 모두 다섯명의 나를 만난다.

 

겐야가 처음으로 만난 나는 그녀가 계약직 사원으로 있던 회사의 부장이다. 두번째 사람은 아사미의 옆집 여자 시노미야. 세번째 사람은 아사미의 애인인 야쿠자 사쿠마. 네번째 사람은 아사미의 생모, 다섯번째 사람은 아사미의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형사다. 겐야는 처음부터 자신이 나를 찾아 온 이유를 분명히 말한다.




 

"나는 아사미에 대해 알고 싶을 뿐이라니까."

 

하지만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의 입장에서 말하기 마련이다. 그녀에 대해서 말해달라고 겐야는 말했지만 그가 만난 다섯명은 모두 자신의 힘든 점을 말하기 바쁘다.

나는 정말 열심히 살고 있다. 하지만 내 주변의 사람들은 날 인정해주지 않는다. 내 노력이나 수고는 그들에겐 아무것도 아니다. 내가 왜 이런 대접을 받아야한단 말인가 하고. 그러면서 힘들어서 죽을 것 같다고, 견딜 수가 없다고 끝까지 자신의 얘기만 할 뿐이다. 그런 그들에게 겐야는 딱 한마디 할 뿐이다.






"그래. 그럼 죽지 그래."

 

하지만 막상 그 말을 듣는 순간 모두가 깨닫게 된다. 결국 자신의 말들이 한낱 변명에 지나지 않음을, 투정같은.

그렇다. 그렇게 못견디게 힘들면 죽으면 그만인데, 죽는 건 한번도 생각해 본적이 없다. 그러니 애초에 죽고 싶은 마음은 없는 거다.

 

다섯명을 차례로 만나기까지 그는 아사미에 대해 알아 낸 것이 없다. 오히려 다섯 사람들에 대해, 그들의 실체에 대해서 알았을 뿐이다. 애초에 그들은 아사미에겐 관심이 없었던 것이다. 그들 인생에서, 삶에서 아사미는 애초에 들어와 있지도 않았고, 신경써야 하거나 배려해야 할 사람이 아니였던 것이다. 그들에겐 아사미와의 일들이 지극히 자기 중심적인 해석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겐야는 다섯사람을 만나는 과정에서 그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수차례 얘기한다.

 

"나는 아는 것도 없고, 예의 같은 것도 모르고, 태도도 나쁘고, 바보여서 화나게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점차 그들과 이야기를 해 가면서 겐야의 그런 태도는 사라진다. 그것은 아마도 그 다섯명이 자신보다 더 나을 것 없는 그래서 겐야 자신이 결코 죄송해야할 이유가 없음을 알았기 때문이 아닐까. 실제 다섯 사람은 겐야와의 대화에서 거의 자신들의 일방적인 심경고백 내지 심경토로를 할 뿐이다.

 

그리고 다섯만큼의 끝에 결국 그들에게선 아사미에 대한 그 어떤 것도 알아낼 것이 없다고 결론 짓는다. 그들은 오히려 겐야 자신보다 아는 것이 없었던 것이다.

 

그런 결론 끝에 겐야는 형사에게 말한다.

 

"아사미를 죽인 건...."

 

그리고 그가 만난 여섯번째 사람. 하지만 그 역시도 자신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볼 뿐이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나 대의명분은 타인을 위한다고는 하지만 그 역시 결코 이전 다섯 사람과 다르진 않았다.

 

그의 말처럼 말이다.

 

"그래서 잘 알게 됐지. 다들 그렇게 다르지 않아."

 

아사미를 포함한 그가 만난 사람들 중에서 자신이 행복하다고 말한 사람은 아사미뿐이였다. 그리고 힘들어서 고통스럽다고 말하는 사람들 중 정작 "죽지 그래" 라는 말에 긍정한 사람 역시 아사미뿐이였다. 아이러니 그 자체다. 삶에 대한 미련이 없어서 힘들지 않았던 것일까. 아니면 모든 걸 죽는 것조차 두렵지 않을 만큼 그녀는 행복하지 않았던 걸까.

 

끝까지 그녀의 진심에 대한 언급은 없다. 그마저도 겐야의 입장에 의한 재해석일 뿐이니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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