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사람의 인연이라는 것이 정말 신기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정말 우연히 만난 인연들이 세월이 흘러 운명으로 다가오니 말이다.
그리고 그 운명의 서클 바깥에 있는 사람은 그 운명 속으로 들어 오고 싶어하기도 한다. 그러다 자신은 그 속에 인연이 없음을 깨닫게 된다. 빨리 깨닫게 된다면 여러 사람들이 덜 힘들겠지만 그 깨달음을 부인할 때는 여러 사람이 혼란 스럽기도 한 것이 사실이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이혼으로 괴로워하는 해빈에게 우현은 친구로서 위로를 해준다. 하지만 사람의 일이란 것이 자신은 절대적으로 선의에서 행한 것이라해도 가끔은 운명의 장난과도 같이 자신과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고통의 소용돌이로 밀어 넣기도 한다.
기분전환으로 나간 물놀이에서 해빈이 사고로 소용돌이에 휩싸이게 되고, 그것을 구한 것은 근처에 놀러 왔던 의사와 의대생이였던 재혁 부자였다. 사고의 트라우마로 해빈은 그때의 기억을 모두 지워버리고, 우현은 마치 자신이 그녀를 구한 것처럼 되어 버렸다.
그 일로 지금까지 그의 사랑은 당당할 수 없다. 그가 해빈에게 키스는 커녕 뽀뽀 한번 하지 못한 채로 남매같은 사이로 남아야 하는 이유다. 10여 년 전의 사실을 해빈에게 솔직하게 고백하고, 자신의 과오를 용서받을 때에만 그녀를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우현이다.
사랑하면서도 말할 수 없고, 표현할 수 없어 그저 오빠같은 친구, 가족같은 사이로만 남아 있는 우현이다. 그러다 그 사건의 또다른 당사자인 재혁이 등장한다. 우현이 의식적으로 지우고자 했던 재혁의 등장은 우현을 더욱 당혹케 한다. 그날의 트라우마로 재혁을 기억하지 못하는 해빈이지만 재혁은 해빈을 보는 순간 그녀를 기억해 낸다.
그리고 어느날 부터인가 해빈이 자꾸만 그의 눈에 들어 온다. 아버지의 제의로 부친의 병원에서 교수로 있게된 재혁은 그의 제자로 나타난 해빈과의 연애를 제안한다.
한편 해빈은 오랜 시간 함께한 우현을 사랑이라 믿고 있다. 진짜 사랑을 해보지 못해서 일지도 모른다. 그러는 사이 우현이 같은 병원의 간호사와 사귄다고 생각하고 그에 대한 오랜 짝사랑을 가슴에서 접는다.
그런 그녀에게 다가온 사람은 바로 재혁이다. 재혁을 만나면 어디선가 가슴이 뛰는 것 같다. 그 옛날 그녀의 심장이 멈춰버렸을 때 그 심장을 다시 뛰게 한 사람이라는 것을 심장이 먼저 알아 본 것일까?
자신의 과오로 해빈에게 고백하지 못하는 남자, 우현. 그런 우현을 사랑한다고 믿지만 정작 재혁에게 끌리는 여자, 해빈. 긴 시간을 돌아 다시 만난 해빈에게서 여인의 향기를 느끼는 남자, 재혁.
10여 년이 흘러 그때 그곳이 아닌 한강대학병원이라는 곳에서 다시 만난 세 사람의 운명은 어떻게 돌아갈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