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제노비스를 죽였는가?
디디에 드쿠앵 지음, 양진성 옮김 / 황금가지 / 2011년 4월
평점 :
품절


 


정말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한 책이였다.
인간이 타인의 삶에 얼마나 무관심할 수 있는가, 내가 아니여도 누군가는 할 것이라는 생각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하게 만든 책이다.


제노비스가 모즐리의 습격을 받고 살해당하고 뒤이어 강간당하기까지 무려 38명이 보고 있었음에도 실제적으로 도움을 요청한 사람은 단 세명 뿐이다.

처음 모즐리의 공격을 받는 제노비스를 보고 모즐리에게 소리쳐 그가 달아나게 한 남자 모제, 그녀가 자신의 아파트 계단 아래에서 다시 돌아 온 모즐리에게 재차 죽임을 당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제노비스의 옆집에 사는 소피에게 전화 한 남자 로스, 그리고 그 전화를 받은 후 적극적 조치로서 경찰에 신고한 뒤 그녀의 마지막 순간을 함께 해준 유일한 사람인 여자 소피.

이 사건은 그냥 신문의 한 모퉁이를 장식하고 넘어 갈 사건이였으나 관할 경찰서장 머피가 자신의 친구인 뉴욕타임즈 뉴욕 지역 편집장인 로젠탈에게 이 사건의 진짜 모습을 알려 주면서 제노비스 사건은 다시 재조명을 받게 되고, 재취재 결과 무려 38명의 사람들이 그녀의 죽음에 대해 방관자적 입장을 유지함으로서 적극적 대응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해 미국 전체는 충격과 공포로 빠져 들게 된다.

실제 모즐리도 처음 그녀를 길에서 칼로 찌른 후 누군가의 외침에 도망을 갔다가 분명 그 이후에 나타나야 할 경찰자가 없다는 것과 주변의 아파트 몇몇에 불이 켜져 있었지만 다른 조치가 없었다는 것을 상기하고 다시 제노비스에게 범행을 가하기 위해 돌아온다.

그들이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는 그 사이, 제노비스는 차디찬 죽음과 끔찍한 공포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현대의 개개인의 이기주의적 성향을 볼 때 분명 다른 사람의 일에 관여하지 않으려고 할 수는 있다. 하지만 무려 38명의(추후 조사결과 그 이상이였다는 보고가 있음) 사람이- 단 3명을 제외하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것은 실로 놀랍고 어이상실이 아닐 수 없다.

제노비스 사건은 미국에 911이 생기는 계기가 되었으며, 그녀의 이름을 딴 방관자효과 [傍觀者效果, bystander effect :구경꾼효과라고도 한다. 방관자의 사전적 정의는 어떤 일에 상관하지 않고 곁에서 지켜보기만 하는 사람이다. 이처럼 주위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을 경우, 곁에서 지켜보기만 할 뿐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는 현상이 방관자효과이다. 방관함으로써 생기는 여러 현상 가운데서도 특히 어려운 처지에 놓인 낯선 사람을 도와주지 않을 때 흔히 쓴다.

사람들이 위기에 처한 사람을 도와주는 데는 도와줄 수 있는 능력이나 성격 등 여러 요인이 작용한다. 그러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사람 주위에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도와줄 확률은 낮아지고, 도와준다고 하더라도 행동으로 옮기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더 길어진다.

지켜보는 사람이 많으니, 자신이 아니더라도 누군가 도움을 주겠지 하는 심리적 요인 때문인데, 이렇듯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는 것을 가리켜 심리학 용어로 '책임분산'이라고 한다. 그러나 방관자효과가 모든 사람에게 나타나는 것은 아니고, 반대로 지켜보는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모든 일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는 사람들도 있는데, 보통 정치가들이 이 유형에 속한다.

의학 용어로도 쓰이는데, 이 경우에는 세포에 방사선을 쬐면 방사선에 직접 노출되지 않은 주변 세포도 방사선을 직접 쏘인 세포와 비슷한 영향을 받는 현상을 가리킨다.


출처-방관자효과 [傍觀者效果, bystander effect ] | 네이버 백과사전] 라는 범죄 학술 용어까지 생겼다.

내가 아니여도 누군가가 나서서 도와 줄거라고 믿었기 때문에 그들 중 누구도 연락하지 않은 것이다.
한편으로는 생각해 본다. 이 책을 읽는, 이 사건의 밖에 서 있는 나는 과연 그때 그 상황에서 어떤 행동을 취했을까 하고 말이다.

"나단, 당신이었다면 정말 내려가 봤을까?"(p.221)

제노비스의 죽음 후, 그녀의 가족들은 법원에 그녀의 묘에 대한 접근금지 신청을 했고 허가 신청을 받아냈다고 한다.
묘지관리인은 그녀의 묘에 대한 묻는 사람들에 대해 정중한 거절을 하고 있다고 한다.
진정 그녀가 관심이 필요하다고, 도움이 필요하다고 외치는 절박했던 그 순간에는 누군가에게 미루었던 사람들이 무엇을 위해, 무슨 생각으로 그녀의 묘를 찾는 것일까?

과연 그녀의 살인앞에 말 그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그들은 과연 무죄일까? 유죄일까?

앨버트 아인슈타인은 말했다.

"세상은 끔찍한 곳이다. 악을 행하는 사람들 때문이 아니라 그 악행을 보고도 저지하지 않는 사람들 때문이다."(p.229)

제노비스 살인사건(1964.3.13)


1964년 3월 13일 새벽 3시 15분 미국 뉴욕 퀸스 지역 주택가,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한 여성이 쓰러졌다. 키티 제노비스(Kitty Genovese). 27살의 이 여성은 술집에서 야근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이었다. 자신의 승용차를 아파트 주차장에 세우고 집으로 걸어가다 괴한의 칼에 찔렸다. 그녀의 비명소리에 이웃 집들에 불이 켜졌다. 누군가 "그 여자를 놔줘!"라고 소리치자 괴한은 달아났다.

그러나 아파트의 불이 꺼지고 어두워지자 괴한은 다시 제노비스를 덮쳤다. 다친 몸으로 집으로 향하던 제노비스는 다시 괴한의 칼에 수차례 찔려 비명을 질렀다. 다시 아파트에 불이 켜졌고, 괴한은 도망쳤다. 그리고 불이 꺼지자 괴한은 다시 돌아와 제노비스를 난자했다. 세 차례에 걸친 끔찍한 범행에 제노비스는 절명했다.

범행시간 35분 동안 사건 목격자는 모두 38명이었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제노비스를 도와주거나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 목격자들의 이 같은 행태가 신문에 보도되자 도덕성 결여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하지만 이런 행동은 그들만의 문제가 아닌 인간의 내재된 본성임이 실험을 통해 밝혀졌다. 주위에 사람이 많을수록 책임감이 분산돼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도와주는 걸 주저하게 되는 방관자 효과(제노비스 신드롬)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즉 "나 말고 다른 사람이 도와주겠지"라는 심리가 작용한다고 한다.

제노비스 사건은 인간 본성의 숨겨진 일면을 들춰낸 사건이다. 한편으로 누군가 위험에 처했을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각성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제노비스를 살해한 윈스턴 모즐리는 사형을 선고 받았다가 무기징역으로 감형되어 복역 중에 있다. 그는 뒤늦게 죄를 뉘우치고 가석방 청원을 내기도 했지만 제노비스 가족의 반대로 무산되었다. 정광용 기자 kyjeong@

출처 : 부산일보| 기사입력 2009-03-09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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