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포터 시리즈나 반지의 제왕 시리즈를 책으로 읽진 않았다. 책을 보기 전에 이미 영화로서 더 유명해졌고, 영상에 익숙해진 나머지 책을 볼 엄두가 나질 않았다. 그래서 이 책은 어떨까 했다. 읽는 내내 생각한 것이지만, 정말 그 어떤 문학 장르들보다 판타지 소설은 작가의 역량을 평가하기에 적합한 분야가 아닌가 싶다. 기존의 두 시리즈의 성공으로 많은 아류작들이 나온 것이 사실이지만 아직까지 두 소설을 능가하는 이렇다할 성과는 낸 소설은 없는 듯 하다. 책 속의 주인공들과 배경 하나 하나를 탄생시키기 위해서 작가가 참 많이 힘들었겠구나 싶었다. 이젠 더 이상 특이하고 독창적인 인물들과 스토리 라인을 만들어 내기가 많이 힘들어진 듯하기 때문이다. 책의 시작 부분에서는 등장인물과 새로운 배경 설정에 대한 익숙함을 가지기 위해 다소 적응의 시간이 필요했다. 판타지 소설의 특성상 이 책의 줄거리나 전체적인 스토리는 이야기하지 않겠다. 먼저 얘길 해버리면 시시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바람의 이름>이라는 판타지는 이전의 두 시리즈와는 확연히 차이가 난다. 아이들을 위한 마법같은 이야기도 아니며, 괴물과 싸워서 이기는 왕과 요정들의 이야기도 아니다. 시작은 분명 어느 중세 어느 소설에서나 나옴직한 서커스 단원의 일원이였던 소년의 모습부터였다. 평범함을 가장한 채로 살아가던 코보스(소년)가 마을에서 일어난 사건과 새로이 등장한 연대기작가의 출현으로 자신의 과거로의 이야기를 풀어가면서 소설은 시작되는 형식이다. 읽어 가는 순간마다 지루함이란 전혀 없다. 다른 소설 어디에서도 본 적이 있는 듯한 느낌도 없다. 그래서 새롭고 흥미로웠다. 벌써부터 이 책이 영화화 된다면 "크보스는 누가 맡아야 할까?" 라는 생각을 하게 한 책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