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의 퀸카
정경하 지음 / 우신(우신Books) / 2009년 12월
평점 :
품절


 

가끔은 가족이 타인보다 못할 때가 있다. 이 소설을 보면 딱 그런 것 같다. 세상천지 혼자인 고아보다는 그래도 속 썩이지만 가족이 있는 게 낫다고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서정하를 보면 딱히 그런 것 같지도 않다.

그녀의 나이 19살에 아버지가 심장마비로 급작스레 운명을 달리하셨다. 그로부터 모든 꿈을 접고 그녀는 오로지 홀로 남은 아픈 어머니와 그녀보다 5살이나 어린 이란성 쌍둥이 두 동생을 위해서만 살았다.

그게 가족이라 생각했다. 내가 힘들어도 다른 가족이 행복하면 그러면 괜찮은 거라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서른을 앞둔 그녀는 결국 모든 것이 그녀 혼자만의 생각이였음을 알게 된다.

어머니는 오로지 정하를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으로만 생각하고, 여동생 정연은 기껏 퇴직금 미리 정산해서 교사 만들어 놨더니 제 사랑 찾아 결혼할테니 전세금 빼서 혼수해달라 한다.

게다가 끊임없이 사고쳐서 뒷감당하게 하는 남동생 정훈까지.

회사에서나 집에서나 그녀의 편이라곤 없으며, 지친 마음 한켠 나눌 곳도 없다.

정연이 자신이 부끄러워 상견례 자리까지 그녀에게 숨긴 것을 계기로 그녀는 집을 나온다. 가출이다.

어디 갈 때가 없다는 것에 그녀는 더 서글프다.

그렇게 정처없이 떠나 도착한 곳이 지리산 자락의 조그마한 암자다.

그곳에서 주지 스님이자 유일한 스님이 여봉 스님과 선방에 기거하고 있는 선호. 우연히 머물게 된 정하까지 세사람의 기거가 동거가 시작된다.

산사에서 그녀가 차츰 선호와 묘한 감정적 교류를 할 찰라 어머니의 병환에 급히 집으로 돌아가게 된다.

정하에게 선호는 잊지 못할, 잊기 싫은 추억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산사의 만남과 인연이 서울로 돌아온 뒤에도 계속되고 그 사이 둘은 인연을 넘어 연인이 된다.

친구의 배신과 부모의 버림과 방치로 차갑기만 하던 그의 마음에도 봄이 온 것이다.

그렇게 두 사람은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 주고 다독여 준다.

둘의 사랑은 결국 결혼 그리고 쌍둥이 출산, 정하의 사법고시 합격이라는 행복한 결말로 끝을 맺는다.

둘의 사랑에 지나치게 큰 난관과 억지스러운 설정이 없어서 좋았고, 무심한 듯 냉정한 듯 해도 제 여자만 사랑하고 그 사랑을 여과없이 솔직하게 드러내는 그의 모습이 유난히 더 멋져 보이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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