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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였던 날들
AJ 덩고 지음, 임슬애 옮김 / 미메시스 / 2026년 9월
평점 :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서핑을 하는 것을 직접 본 적은 없는 것 같다. 어느 정도의 파도가 있어야 가능하니 강원도 쪽으로 가면 서퍼들이 있다고 하던데 외국 드라마나 영화 속 해변을 누비는 서퍼들의 모습을 보면 정말 자유로워 보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바다라는 공간이 주는 무서움도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이런 바다가, 그 바다에서 행하는 서핑이 치유의 순간이 되는 이야기를 담은 그래픽노블을 만났다. 작가인 AJ 덩고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일러스트레이터인 동시에 서퍼이기도 하다는 저자가 직접 그려낸 이야기인 것이다.

작품은 두 갈래로 전개된다. 1800년 하와이 왕국에서 시작된 서핑의 역사 속 하와이의 영웅이 된 서퍼 듀크 카하나모쿠에서 시작되는 이야기가 시대가 흐르면서 획기적인 발명품이었으나 당시는 주목 받지 못했던 서핑보드를 발명한 톰 블레이크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수영으로 올림픽에 나가 메달을 따고 영웅이 되었던 듀크, 그 과정에서 서핑을 세상에 알렸고 훗날 우연한 기회에 그 이야기를 영화관에서 본 톰은 듀크를 만나고 그와 서핑을 하고 또 다른 서핑의 세계를 구축해 나갔던 것이다.
평행이론 같아 보이면서도 각자의 역사를 만들었던 듀크와 톰의 일대기가 흥미롭다.

그리고 크리스틴과 주인공의 서사가 중간중간 펼쳐진다. 두 사람이 어떻게 처음 만났고 사랑에 빠지고 함께 시간을 보냈는지, 그 과정에서 크리스틴에서 굴육종이 생겨 다리를 절단하고 서핑을 더이상 하기 힘들어지는 가운데에서도 삶을 즐겁게 살아보려고 투명했던 이야기와 그속에서 그녀와 함께 했던, 그리고 결국은 그녀를 떠나 보내야만 했던 주인공의 이야기가 그려진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상실에서 벗어나기 힘들었던 그는 결국 서핑을 통해 치유를 받게 되고 남은 삶을 살아갈 의지를, 떠난 이를 기억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그림으로 남기는 것은 그녀의 마지막 유언과도 같았던 말 때문이었으리라. 그림을 통해 계속 살고 싶다는, 자신들의 이야기를 전하겠다는 약속을 해주길 바랐던 그 마음 말이다.
그림임에도 생동감이 느껴지는 멋진 작품이라 생각되며 상실의 아픔을 경험한 이들에겐 위로의 시간이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