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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마 밑 도피자들
리러하 지음 / 팩토리나인 / 2026년 9월
평점 :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 이승에서의 시간이 끝나버린 영혼에게도 자신의 삶을 마무리 할 시간이 필요한 것은 그 삶을 치열하게 살았을 영혼에 대한 마지막 배려가 아닐까 싶다.
『악마의 계약서는 만기 되지 않는다』를 읽고 나서 분명 후속작이 있을 작품이라고 생각했지만 의외로 근시일 내에 그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그래서 아쉽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 작품의 감독님이 쓴 작품인 『처마 밑 도피자들』이 출간되어 너무나 반가웠다. 물론 후속작이라고 할 순 없지만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전작을 재미있게 읽은 독자들에겐 더없이 반가울 책일 것이다.
『처마 밑 도피자들』에서는 한국사를 학습한 사람이라면 익숙할 특수한 구역인 '소도'가 등장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죄를 지은 이도 이 소도로 들어가면 함부로 잡아갈 수 없었다는, 그래서 요즘의 명동성당에 비유되는 곳 말이다. 이 작품 속 소도는 저승사자로부터 쫓기고 있는 영혼들에게 임시 대피소가 되어주는 공간으로 그려진다.

그리고 이 소도를 만들어서 영혼들의 대피소가 되어주는 임무를 맡은 이가 현수리이고 이렇게 사라진 영혼을 찾아다니는 저승사자로 신산이 등장한다. 숨겨주는 이와 찾아서 데려가야 하는 이, 둘은 근본적으로 대척관계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현수리의 소도는 일종의 영혼들이 저승으로 가기 전 마지막으로 들러 이승에 남은 미련을 해소하고 갈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는 장치이기도 한데 결국 이 일이 빌미가 되어 현수리는 저승사자 신산과 얽히게 된다. 어쩌면 쫓기는 영혼을 숨겨준 댓가로 언제든 벌어질 일이였고 만나게 될 운명이었을 것이다.

망자의 영혼, 그 영혼을 숨겨주는 소도와 이를 맡아 운영하는 현수리, 사라진 영혼을 쫓는 저승사자까지... 자칫 어둡게 느껴질 수 있는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잘 풀어내고 현실적 장치들을 잘 접목시켜 굉장히 유쾌하면서도 재미있게 잘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산 사람에게도 사연이 한 가득인데 죽은 이들에게는 오죽할까 싶다. 그렇기에 이들의 만들어가는 이야기는 웃음 끝에 먹먹함이 있고, 그 뒤에 감동을 동반하는 공감이 있어 긴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