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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월일
옌롄커 지음, 김태성 옮김 / 북다 / 2026년 5월
평점 :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연월일(年月日)』은 중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옌롄커가 허리 질환으로 고생하던 때에 시안에 유명하다는 명의를 만나 다행히 차도를 보여 시간 근교의 인적 없는 옥수수밭 사이를 걷던 중 우연히 떠올린 발상에서 탄생한 작품이다. 확실히 작품은 전개가 좀 독특하다. 단순히 지구 종말 속 인간의 생존기라기 보다는 다소 판타지한 분위기를 자아내는데 셴이라는 한 노인과 눈 먼 개가 만들어내는 생존에 대한 강한 의지를 통해서 우리에게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철학적 우화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 속 우연히 떠오른 생각이 만들어 낸 아이디어를 풀어낸 이 작품은 전세계 22개국에 번역 출간됨과 동시에 프랑스 중학교 교과서에도 수록되었을 정도라고 한다.
인류의 종말이 다가와 이 세상에 사람 하나와 씨앗 한 알만 남게 된다면 그다음은 어떻게 될까? p.6
작품 속에선 작가에게 번뜩이는 영감을 제시했던 옥수수도 등장한다. 마치 영화 인터스텔라를 떠올리게 하는 대목도 있는데 셴 노인이 사는 마을은 극심한 가뭄 탓에 마을의 다른 사람들은 모두 떠나버렸고 이 텅빈 마을을 셴 그리고 노인의 곁을 지키는 눈먼 개가 존재한다.
마치 마지막 남은 생명을 지켜내듯 셴 노인은 언젠가 가뭄이 끝이 나고 마을을 떠났던 사람들이 다시 마을로 돌아왔을 때 그들을 풍성한 옥수수 나무가 맞이했으면 하는 바람에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옥수수 이삭을 지키기 위해 애쓴다.
마치 인류의 마지막 희망 같은 존재가 옥수수 이삭으로 표현된 게 아닐까 싶고 그래서 셴 노인과 눈 먼 개의 동행이 마치 낯선 행성을 개척하는 느낌마저 들 정도이다.
하지만 이미 노인은 말 그대로 나이가 들어 버렸고 그런 노인의 곁을 끝까지 지키려고 하는 눈 먼 개 역시 상황이 좋지 않아 보인다. 그럼에도 이들이 지키고자 하는 옥수수 이삭의 상징은 어쩌면 극심한 가뭄 속 모든 생명체가 떠나버린 가운데 언제 생명을 다할지 모르는 셴 노인과 눈 먼 개 이후에 남게 될 유일하게 남은 마지막 생명을 지키고자 하는 사명처럼 보여 깊은 인상을 남기는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