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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편지
이머전 클락 지음, 배효진 옮김 / 오리지널스 / 2025년 11월
평점 :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과거의 기억은 간혹 왜곡되기도 하고 때로는 진실은 감춰진 채 각색되기도 한다. 그러니 그동안 알고 있던 과거의 진실이 진실이 아니게 되는 순간 당사자가 받게 되는 충격은 때로는 인생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카오스 상태를 불러 오기도 한다.
아마도 『낯선 편지』의 키라가 그럴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알츠하이머에 걸려 조금씩 기억을 잃어가는 아버지는 과거 이런 시절 카라에게 있어선 따뜻한 이미지와는 정반대의 억압적인 존재였다. 그런 아버지가 이제는 떠나버리고 없는 오빠 마이클과 함께 자신의 출입을 막았던 곳이 바로 다락방이다.

그리고 이 먼지 쌓인 다락방에서 키라는 지금까지 자신이 알고 왔던 것과는 다른 비밀을 발견하게 되고 이것은 곧 카라의 모든 인생을 지금까지와는 다른 것으로 바꾸기에 충분할 정도의 충격을 선사한다.
아버지의 기억은 온전치 않은 데다가 오빠는 자신에게 아버지를 맡긴 채 집을 떠나버렸고 연락할만한 친척조차 없는 키라는 다락방에서 발견된 엽서가 의미하는 진실이 궁금하다.
애초에 키라가 이 엽서를 발견하게 된 것도 어떻게 보면 그토록 이곳으로의 출입을 막고자 했던 아버지의 알츠하이머에 조금이나 도움이 될 익숙한 물건을 찾아보고자 함이었으니 시간의 흐름이란 참으로 묘하게 우리의 인생을 비틀어 버리고 때로는 가혹한 진실을 보여준다.

폭력까지 써가며 막고자 했던 존재하나 출입할 수 없었던 다락방을 이제는 기억을 잃은 아버지를 위해 출입하게 된 키라는 아버지가 그토록 숨기고자 했을 엽서 뭉치를 발견하게 되는데 놀랍게도 그 엽서의 수신인은 자신과 오빠이다. 하지만 단 한 번도 두 사람은 이 엽서를 받은 기억이 없다.
이 엽서를 둘러싼 진실을 찾고자 결국 키라는 이모를 찾아가게 되고 우여곡절 끝에 이모는 키라에게 이 엽서를 보낸 이에 대한 진실을 말하게 된다.
키라의 의문처럼 이 엽서를 둘러싼 진실과 드디어 밝혀졌을 때 독자들이 느끼는 바는 저마다 다를 것이다. 키라 역시 다양한 방면에서 아버지를 이해해보려 하기도 하지만 이와는 별개로 쉽사리 용서할 수 없는 감정을 보인다. 이에 대해 그 누구도 키라의 태도를 탓할 수는 없을거라 생각한다.
아버지는 과거의 기억을 잃어가지만 여전히 과거의 기억을 잊지 못하고 사람들에게 과연 용서를 강요할 수 있을까 싶으면서 동시에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이에게 무엇을 책임지게 할 수 있는가에 대한 부분까지도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