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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아킨토스 ㅣ 고블 씬 북 시리즈
박애진 지음 / 고블 / 2024년 3월
평점 :

베네치아의 카니발을 떠올리게 하는 표지가 굉장히 인상적인 작품 『히아킨토스』는 SF소설이다. 우주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그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귀족들이 존재한다는 점, 게다가 이들 사이에서 인공지능을 둘러싼 권력 암투가 벌어지고 있고 이를 스토리화 했다는 점이 특이하면서도 흥미롭게 다가오는 작품이었다.

유르베라는 행성은 우주시대나 인공지능이 존재하지만 인간이 사는 세상은 마치 중세 유럽의 귀족 사회가 그대로 유지된다는 설정인데 이런 상황 속에서 제로델이라는 로봇이 귀족에게 범죄를 저질러 잡혀오게 되고 수감과 폐기라는 수순으로 이어질 위기에 놓이지만 일종의 여론은 이상하게 제로델의 편을 들게 된다.
과연 사람들이 제로델의 폐기를 반대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런 가운데 카이유와라는 신부가 이 사건을 조사하던 중 평화롭기 그지 없어 보이는 유르베에 사실은 바로 그런 이유로 오히려 미묘한 갈등이 도사리고 있음을 카이유와는 발견하게 된다.

모두가 평화로워 보이지만 카이유와가 만나는 유르베에 속한 사람들의 사정은 그렇지 않다는 것인데 각 개개인이 안고 있는 문제는 아무리 평화로운 시대와 행성이라고 하더라도 존재할 수 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제로델은 단순한 인공지능 로봇이 아니라 그런 사람들의 욕망을 실현할 수 있는 하나의 수단이자 매개체로 활용되어 왔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면서 왜 사람들이 제로델을 옹호하고 있는가에 대한 부분도 서서히 밝혀지게 된다.
인간에게 욕망이 있다면 어느 사회나 모두가 평화롭게 공존하기란 쉽지 않을 테고 더욱이 계급이 존재한다면 더욱 그럴텐데 이 작품은 제로델이라는 존재를 통해서 그 모습들을 보여줌과 동시에 이 제로델이 상징하는 바가 무엇인지, 그를 둘러싼 범죄 혐의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가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한다는 점에서 평화로운 겉모습 안에 도사리고 있는 행성 내의 갈등을 묘사하고 있어 과연 이 문제가 어떻게 결론지어질지 흥미롭게 지켜보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를 통해서 도서 '협찬' 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