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 너머 한 시간
헤르만 헤세 지음, 신동화 옮김 / 엘리 / 202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헤르만 헤세의 첫 산문 문학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던 작품이 바로 『자정 너머 한 시간』이다. 표지도 상당히 감각적으로 잘 만들어져서 내용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하는데 헤르만 헤세라고 하면 워낙에 유명한 작가인데 평소 그가 소설 작품 뿐만 아니라 서평이나 그림 등에도 상당한 능력을 보여왔다는 사실을 알기에 과연 산문 문학은 어떨지 궁금했다.

그의 소설 작품 속에는 마치 그 자신의 분신 같은 존재들이 나온다. 인간이기에 방황하는 모습, 젊은 청춘이 고뇌하는 자신의 삶에 대한 이야기 등을 그리고 있기에 그의 작품은 때로는 자전적으로 느껴지며 또 어떤 경우에는 상당히 철학적으로 다가오기도 하는데 그런 헤세의 심상을 보다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문학이자 작품이 바로 이 책이 아닐까 싶은 생각을 해보게 된다.


특히나 이 책에 담긴 작품들 중에는 그 유명한 『데미안』의 시작이라고도 할 수 있는 아홉 편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있게 다가오며 그가 쓴 이야기들이 독일의 유명한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에게도 영향을 주었다니 놀랍기도 하다.

헤세는 이 책의 제목과 관련해서 '내가 시적인 시간과 나날을 보낸 꿈나라를 제목으로 암시하고자 했다.'(p.13)고 밝히고 있는데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이 작품은 독자가 헤르만 헤세를 이해하는 데에도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확실히 작가는 글로 심상을 그려내고 상상물 표현해내는 예술가라는 생각을 헤세의 이 말에서도 느낄 수가 있지 않을까 싶다.


사색하듯, 그러나 비현실적인 것들을 최대한 현실적으로 그려내고자 한 헤세의 문장을 읽으면서 그가 얼마나 뛰어난 표현가인가를 생각해보게 된다. 또한 그가 쓴 문장들을 읽다보면 굉장히 세밀한 표현 때문인지 그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지는 기분이 드는데 무명의 청년 시절 소설가 보다는 시인 쪽에 좀더 가까운, 그러나 함축적 의미 보다는 조금은 서술적인 표현으로 써내려간 밤의 환상, 낭만 등에 대한 소회와 정취가 헤세가 작가로서 성숙한 시기에 쓴 작품과는 또다른 풋풋함이 느껴지는 것 같아 신선하기도 했다.

젊은 시절 헤세의 문장은 이렇게나 섬세하고 또 어떻게 보면 감성 풍부했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기존의 잘 알려진 헤세의 문작 작품이 탄생하기까지 어떤 습작(이라고 하기엔 너무 부족한 표현이긴 하지만)의 한 과정과도 같은, 그러나 이미 완성형이라고 불러도 좋을 9편의 산문 문학을 만나볼 수 있었던 귀한 시간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