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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조각들
연여름 지음 / 오리지널스 / 2025년 11월
평점 :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빛의 조각들』은 '2025 부산국제영화제 스토리마켓 공식 선정작'이라는 문구가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던 게 사실이다. 주목 받았다는 것은 그만큼 작품성을 엿볼 수 있다는 것인데 과연 어떤 이야기이길래 그럴까 싶은 궁금증이 생겼던 것이다.
이 작품 속 배경은 미래이다. 더욱이 제법 먼 미래가 될 듯 하다. 인간이 사이보그화 된다고 해야 할지, 선택적 사이보그화라고 해야 할지... 아무튼 자신이 원하는 신체 부위 어디든 선택이 가능한 상태에서 그 부위를 기계화할 수 있다는 것인데 인간이 아무리 대단해도 기계와 비교했을 때 그 강도는 비교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를 통한 강화는 누군가에겐 바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이런 존재들을 인핸서라 부른다.
그리고 인핸서와는 달리 기계로 자신을 바꾸지 않고 태어난 그대로 살고 있는 사람들을 부르는 말도 있는데 이는 오가닉이다. 지금도 오가닉이라는 말이 있긴 한데 이 작품 속 오가닉이 이런 의미라니 참 묘한 느낌이다.
그런데 또 흥미로운 점이 다양한 예술 활동이나 그로 인해 탄생한 창작물(예술 작품)은 오가닉인 상태에서 이뤄진 경우에만 그 가치를 인정받기에 이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오가닉으로 존재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신체 일부에 장애가 있거나 또는 질병 등으로 힘들지언정 자신이 예술가로서 인정을 받아야 하는 사람들은 인핸서가 될 수 없으며 오가닉으로 아픔이나 불편을 감당하고 살아야 하는데 화가인 소카 역시 그런 존재이다. 소카는 선천적으로 폐질환을 앓고 있지만 화가라는 이유로 인핸서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소카 앞에 역시나 흑백증을 앓고 있는 뤽셀레가 청소부로 오게 되는데 인핸서가 되어 흑백증을 치료하고 싶었던 뤽셀레에겐 수술비가 필요했던 것이다.
선천성 질환과 불의의 사고로 인한 불편한 신체 일부와 질병을 앓게 된 공통점, 그러나 인핸서가 될 수 없는 사람과 인핸서가 되고 싶은 사람의 만남인 셈인데 공감할 부분이 있는 동시에 목표하는 바가 다른 두 사람이 만나 처음에는 서로에 대한 적개심을 보이지만 점차 두 사람이 서로에게 질문을 주고 받기 시작하면서 그 관계성에 변화가 오기 시작한다.
누구나 자신과 자신의 삶에 불만족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불만족스러운 부분을 바꿀 수 있다면 이를 위한 선택을 해보려 할테지만 현실적인 상황에서 그런 선택조차 할 수 없는 사람도 있고 그 선택을 위한 댓가 지불이 쉽지 않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 작품은 그런 두 존재를 통해 자신의 삶을 들여다보게 한다는 점이 흥미롭게 다가오는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