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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필적 고의
기윤슬 지음 / 한끼 / 2025년 9월
평점 :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미필적 고의라는 말을 많이 들어보았을 것이다. 적극적으로 의도한 바는 아니나 분명 자신의 행위로 범죄 결과가 발생할 수 있음을 인지했다는 점에서 범죄의 결과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태라고도 할 수 있는데 이것을 제목으로 내세운 기윤슬 작가의 『미필적 고의』는 현주라는 여인의 이야기에서 비롯된다.

현주는 현재 자신의 커리어나 결혼 모두에서 성공적인 결과물을 앞두고 있는 상태이다. 그러나 누군가로부터 메시지가 도착하고 그곳엔 동생을 죽인 살인자라는 메시지가 담겨져 있다. 과연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현주의 과거는 지금과는 다르다. 그녀의 어린 시절은 불우했다. 엄마는 재혼을 했고 그로 인해 새아버지와 의붓 여동생이 생겼지만 새아버지는 무능했고 여동생은 자신과 데면데면한 사이였는데 결국 그런 관계는 끝내 자매로서 융합되지 못했고 현주는 마음 한 켠에 그 감정을 방치하는 동시에 유미에 대해서도 방관자적 자세를 유지했던 것이다.

게다가 현주의 죽음에 분명 자신이 무관하지 않다고 스스로 생각하지만 의도적으로 자신은 살인자가 아니라는 생각으로 더욱 완벽한 삶을 향한, 특히 상류 사회로의 진입을 꿈꾸며 그를 향한 삶을 살아왔던 것이다. 그리고 드디어 그 꿈이 이루어질 순간인 결혼을 목전에 앞두고 정체불명의 누군가로부터 이러한 메시지를 받게 된 것이다.
현주는 유미에게 갔어야 할 돈을 가로챘고 유미가 위험한 곳으로 간다는 것을 알았고 이후 사고로 인해 유미는 결국 돌아오지 못한다.
그렇게 아등바등, 잊기 위해 더 악착같이 살았던 11년의 시간에 대한 보상이 눈앞인데 마치 자신의 치부를 모두 안다는 듯 자신을 압박해오는 정체불명의 누군가.
과거 현주의 행위는 자신의 행복을 위한 유미에 대한 방관자인 동시에 미필적 고의에 가까운 행위자였던 것이다. 가장 행복한 순간 그 댓가를 받게 된 현주의 삶이 과연 어떻게 될지는 책을 통해 만나볼 수 있기를 바란다.
그저 인과응보라는 네 글자만으로도 단정 지을 수 없는 그녀의 삶이 긴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