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하루
미즈모토 사키노 지음, 크루 편집부 옮김 / 크루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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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여행지의 풍경, 놀랍고도 경이로운 어떤 대상에 대한 그림도 보는 즐거움이 있겠지만 에세이에서 은근히 매력적인 소재는 일상의 소소한 풍경들이다. 사람 사는 이야기가 묻어나는 그런 책이 주는 매력이 있는 것이다. 『보통의 하루』는 그런 매력이 묻어나는 책이다.

마치 어떤 사진에 재미난 제목을 붙이는 것을 두고 제목학원 학생들의 작품이다 뭐다해서 재미를 주는 경우가 있는데 이 책은 일상의 풍경들, 순간순간들을 포착한 그림들에 재치있는 제목이 붙기도 한다.

그저 평범했던 하루도 되돌아 보면 어느 한 순간의 특별했던 순간이 있다. 그리고 평범함은 평범함 대로 감사한 하루라는 생각을 요즘들어 부쩍 하게 되는데 늘 특별하거나 항상 반짝이는 하루가 될 수는 없다. 그런 하루하루의 연속이라면 몸도 마음이 너무 빨리 소진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인데 이 책에서 담아낸 그림들을 보면 저자의 경험일거란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우리 모두의 경험 속 존재하는 한 순간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 평범하고 일상적인 순간들에 어떤 이름을 붙이느냐에 따라 특별함이 생길 수도 있고 또 그 자체로 의미있는 순간이 될 수도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아침에 집을 나서고 차나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고 사람들과 점심을 먹고 학생이라면 친구들과 이야기하고 그렇게 집으로 돌아오고 돌아와 씻으려다 잠시 휴식을 취하기도 하고 밥을 준비하는 등등의 시간들은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이지만 그런 순간들을 그림으로 담아놓으니 그 마저도 하나의 작품이 되는 것처럼 말이다.

소중한 이와의 추억이 담긴 한 순간을 그린 그림일 수도 있고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마루에서 발톱을 깎는 순간 역시 지극히 일상의 한 순간이겠지만 그림으로 보니 주변의 풍경과 어울어져 한 순간에 예술적인 풍경이 되기도 하는 것처럼.

이렇듯 일상적 풍경이 주는 소중함을 만나볼 수 있는 책이며 또 다른 사람들이 투고한 일기를 그림과 함께 담아내기도 했고 저자의 일기도 담겨 있는 책이다. 내가 보낸 일기를 작가님이 일기 내용과 어울리는 일러스트와 함께 써준다니 그 선택을 받은 독자들에겐 이보다 더 좋은 추억이 있을까 싶기도 하다.

그림의 분위기가 무엇보다도 좋다. 전체적으로 푸른빛이 많은데도 차갑게 느껴지지 않는, 오히려 그 반대로 시원하지만 포근한 느낌마저 드는 이유는 그림 그 자체가 주는 이미지 때문이 아닐까 싶다. 지극히 평범하고 일상적인 하루의 풍경 속 한 장면이지만 그속에서 공감을 발견할 수 있기에 그림 전체의 이미지도 달라져 보이는 것 같다.

좀더 본격적인 그림 에세이를 출간해도 충분히 매력적인 작품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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