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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이 알고 보니 내 인생이 아님 ㅣ 바통 7
이종산 외 지음 / 은행나무 / 2025년 5월
평점 :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내 인생이 알고 보니 내 인생이 아님』라니... 제목이 굉장히 흥미로운 작품이다. 표지도 재미있는 요소로 만들어졌는데 무려 7명의 한국작가의 단편들이 실려 있는 단편소설모음집이라 굉장히 기대되는 작품이였다.
내가 살아내고 있지만 내 인생이 아닌 인생이란게 과연 존재할 수 있을까? 처음은 아닐지언정 일단 살아내면 그것도 내 인생 아닌가 싶은 생각도 솔직해본다.
‘회빙환(회귀·빙의·환생)’이란 소재가 더이상 낯설지 않은 상황 속에서 이 책은 빙의물을 다루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끄는데 무려 7인의 작가가 풀어내는 빙의물이라는 점에서 제각각의 매력과 재미를 맛볼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이종산 작가의 「두 친구」는 전통적인 빙의물로서 흔히 빙의라고 하면 귀신 씌인다고들 하는데 이 책은 바로 그 귀신 씌인 두 친구의 이야기를 통해 생각지도 못했던 이야기의 방향으로 흘러가 반전 아닌 반전을 선사하는 작품이며 조시현 작가의 「크림의 무게를 재는 방법」데이터화된 인간이 램덤으로 인간의 몸에 주입되는 것을 빙의의 한 부분으로 해석하고 있어서 발상의 전환을 볼 수 있는, 그러면서도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한 신선한 SF소설을 보여주는 작품이였다.
현호정 작가의 「~~물결치는~몸~떠다니는~혼~~」는 좀 특이한데 돌+I인가 싶은 부랑자는 자신이 지구에 빙의가 되었다고 주장하는데 그동안 온갖 빙의 대상이 있긴 했지만 지구는 처음 들어보아서인지 신박했던것 같다. 믿거나 말거나 이렇게 지구에 빙의했다는 부랑자를 통해 놀랍게도 지구 탄생과 관련한 신화를 담아내고 있으니 작품의 소재도 아이디어도 대단하게 생각된다.

한정현 작가의 「어느 날 여신님의 다리 위에 우리가 」는 일본의 무속신앙 같은, 일종의 구복 신앙 의식 같기도 하고 액땜한다고 해야 할 것 같은 그런 체험을 통해 단순한 재미를 위한 행위가 아닌 무게감있는 이야기로 눈길을 끌었다. 박문영 작가의 「덮어쓰기」는 조시현 작가의 작품처럼 기술이 발달한 가운데 이미지 덮어쓰기라는 기술이 실제 우리 사회에서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는 불법촬영과 연결지어 보여주고 있는 점도 관심있게 본 작품이다.
박서련의 작가 「니가 왜 미쳤는지 내가 왜 알아야 돼」는 실제로 이런 주제로 작품이 많이 쓰여지기도 하는데 자신이 읽던 작품의 인물로 빙의한 주인공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데 상황이 특수한 것이 결말은 알지 못하고 장르가 추리소설이라는 점에서 과연 어떤 펼쳐질지 기대하며 읽게 될 것이다.
정수읠 작가의 「이 시점에 문필로 일억을 벌려면 다시 태어나는 수밖에 없다」는 제목부터가 흥미를 유발하는데 현대인들의 삶을 관조하고 있는 철학적 메시지도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익명성 속 다양한 매체에 접속하고 그 공간에서 그에 맞는 인물로서 활동하는 것을 생각한다면 보다 쉽게 이해가 되지 않을까 싶다.
빙의물이지만 전통적인 의미의 빙의물인 한 편을 제외하고는 색다른, 그리고 개성있는 시도라고 봐도 좋을 작품들이라 다채로운 소재와 분위기 속 작가님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도 잘 실려 있는 작품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