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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히지 않는 문
엄성용 지음 / 네오픽션 / 2025년 5월
평점 :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귀鬼’를 부르는 자와 ‘귀鬼’를 끊어내려는 자
지하철 문이 열리고, 지옥이 시작되었다
띄지에 쓰인 문구가 굉장히 흥미롭다. 요즘은 어떨지 모르지만 내가 어릴 때만 해도 어른들이 ‘뭐 하지 마라’는 식으로 많이 말씀하셨다.
행동에 조심을 하라는 가르침이기도 하겠지만 그중에는 귀신이 해코지 하기에 조심해야 한다는 미신 내지는 속설과도 관련된 말도 있었을텐데 『닫히지 않는 문』의 띄지를 보면 이런 ‘귀鬼’를 소재로 한다는 점에서 표지의 그림들이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지극히 한국의 오컬트적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책은 그 정서를 잘 담아내고 있는데 여기에 하나 더해진 것이 있다면 바로 금기의 고서적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극히 현대적인 요소인 시민의 발이라고 불리는 대중교통 수단인 지하철을 무대로 펼쳐진다는 점이 굉장히 흥미롭다.
성식에게 있어서 여느 날과 다른 점이 있다면 회식이 있었고 막차를 탄 것이라는 점 뿐일테지만 그날따라 지하철은 만원이라 그는 옆 칸으로 옮겨간다.
하지만 그곳으로 넘어가는 순간 마치 다른 세상에 갇히는 것마냥 현식에서 벗어나 비현실 속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이 정도면 내가 혹시라도 피곤해서 지하철에서 깜빡 잠이 들었고 이것은 너무나 생생한 꿈인가 싶을지도 모르지만 살아남아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은 성식 뿐만이 아니라는 사실이 그를 현실로 불러온다.

의문의 괴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것은 이들이 더 있었고 결국 자신을 포함한 네 명의 승객들은 애초에 왜 자신들이 여기에 갇힌지도 알 수 없는 가운데 살아남기 위해 애쓰는 한편 자신들이 왜 여기에 갇히게 된 것인지도 알아내고자 애쓴다.
이야기는 크게 두 갈래로 펼쳐지면 진행되는데 이렇듯 갇힌 지하철에서 살아남고자 탈출을 꿈꾸는 사람들과 고서적의 비밀을 파헤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며 과연 이들은 서로가 원하는 바를 이뤄낼 수 있을지가 흥미롭게 진행된다.
각기 다른 이야기인 듯 하지만 결국 두 이야기가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한국적인 오컬트가 어떻게 발휘되는지도 주목하며 읽을만한 작품이며 읽다보면 영상화해도 굉장히 재미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했던 작품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