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시체가 보고 싶은 날에는
구보 미스미 지음, 이소담 옮김 / 시공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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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일본소설 중에는 꽤나 기이한 제목의 작품들이 많다. 동화적인 분위기도 있지만 왠지 제목만 놓고 보면 섬뜩해지는 경우가 많은데 막상 읽어보면 후자의 경우가 오히려 스토리가 주는 분위기 반전으로 제목을 왜 그렇게 지었는지를 알게 하는데 이번에 만나 본 『당신의 시체가 보고 싶은 날에는』라는 작품 역시도 그러하다.

제목에서는 마치 연쇄살인이라도 일어날 것 같은 미스터리/추리 소설을 떠올리게 하지만 이 작품은 그와는 정반대의 우정, 희망, 연대를 그려내고 있기 때문이다. 



제목 때문이라도 한번 읽어볼까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이 작품의 주인공은 언니와 단둘이 살고 있는 미카게라는 소녀이다. 아버지는 오래 전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애초에 돌봄의 의무를 무시하고 집을 나간 상태이다. 

게다가 본인은 천식으로 몸이 약해서 사람들과도 잘 어울리지 못하는데 언니 나나는 미카게에게 언니 이상의 부모와도 같은 역할을 하는 존재이다. 

그런데 이 두 사람이 사는 아파트는 외부에선 소위 자살 명소로 알려진 곳이다. 비단 아파트가 낡고 허름하다는 이유만이 아니라 실제로도 사건이 발생하기에 더욱 그렇다.

이런 곳에서 산다는 것은 어떨까 싶은 생각을 해본다. 미카게의 삶 자체가 보통의 사람들과는 너무나 다른데, 외부적 요인 또한 이러니 말이다. 그래서인지 미카게에겐 죽음은 상상 속에 존재하지만 그 이상의 실질적으로 확인하고픈 대상이며 그 방법으로 생각한 것이 바로 시체를 직접 자기 두눈으로 보는 것이다.


그런 미카게에게 자신을 단지 경비원이라 말하는 젠지로 할아버지가 나타나고 졸지에 그녀도 단지 경비원으로 임명하면서 두 사람의 묘한 연대는 이어진다. 그리고 겐지로 할아버지에 의해 미카게는 단지 경비원으로서의 임무를 수행하고 그 과정에서 죽음에 대한 공포를 넘어 오히려 삶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누군가의 보호가 필요한 소녀에게 유일한 가족은 어떤 일을 해서라도 자신을 지키고자 하는 언니뿐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언니가 자신을 돌보기 위한 과정 속에 소녀는 어쩔 수 없이 보호받지 못한 채 남겨진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그런 소녀에게 다가온 젠지로 할아버지와 친구들의 존재는 소녀를 혼자인 채로 내버려두지 않는 작고 소중한 연대를 통해 죽음이 아닌 삶에 대한 생기를 불어넣는 기회가 되는 것이다. 

작가가 『밤하늘에 별을 뿌리다』를 통해 나오키상을 수상한 작가라고 하는데 이 작품을 보니 나오키상 수상작도 읽어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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