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선생님을 죽였다
사쿠라이 미나 지음, 박선영 옮김 / 시옷북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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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선생님을 죽였다』라니 상당히 파격적인 제목의 책이다. 그 파격적이고 강렬한 제목에 더욱 눈길이 갔던것도 사실인데 과연 교내에서 발생한 사건의 진실은 무엇일지 궁금해진다. 

작품 속에서는 전교생이 목격자나 다름없는 상황 속에서 학교에 새로 부임했던 오쿠사와라는 한 남자 교사가 학교 옥상에서 투신해 생을 마감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오쿠사와는 자신이 졸업한 학교로 선생님이 되어 왔고 학생들로부터 인기가 있었지만 교내에서 학생에게 부적절한 행위를 하는 것이 20초짜리 동영상으로 유포되면 결국 투신으로 이어지는데 이에 처음에는 자신의 잘못에 대한 행위로 생각되지만 교실에 누군지 알 수 없는 문구가 쓰여진 이후 사건은 타살설이 제기되는데...



내가 선생님을 죽였다.
과연 누구일까. 마치 자신의 죄를 자백하는 것 같은 이 의문의 문구를 쓴 사람은...? 

결국 오쿠사와가 죽기 전 그를 만났던 네 명의 학생들이 고백 아닌 고백이 이어지면서 사건은 의외로 상황으로 흘러가는 것을 알 수 있다. 

누군가는 겉으로 좋은 선생님인 척 하지만 사실은 원래 그런 사람이였다고 말하고 누군가는 자신의 행동이나 말 때문에 선생님이 그렇게 되었다고 말하고 누군가는 선생님을 좋아했을 뿐이라고 말한다. 또 마지막 누군가는 그 영상이 진짜일까, 정말 괜찮은 선생님이였다고 말하는데...



분명 처음 자신의 모교였던 학교로 부임했을 때는 그도 멋진 선생님이 되리라 생각했고 열심히 하고자 했지만 뜻하지 않은 동영상의 유포는 그에게 음란 교사로 만들어 버린다. 그럼에도 제대로된 반론조차 하지 않은 채 교내 어딘가에 숨어 있다시피 하던 오쿠사와는 자신만의 진실에 다가가고 있었다. 

차마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었던, 그러나 결국 공정과 정의를 믿었던 자신의 신념조차 흔들리게 하는 그 실체가 힘든 상황 속에서도 버티던 오쿠사와에게는 하나의 트리거로 작용하고 그는 결국 생을 마감한다. 

어느 한 명의 잘못에서 비롯되지 않은, 그러나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여전히 계속되어 온 그 비리는 결국 스스로에게 올가미로 작용했을지도 모른다. 

신성한 교육의 현장에서 자행된 부조리와 비리, 엄연히 범죄 그 자체인 상황들이 암묵적으로 행해져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가 마지막으로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자기 결정 속에는 스스로도 견딜 수 없었던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인 현실이 있었을 것이고 한편으로는 속죄이든 자괴감인지 알 수 없는 그 선택 속에 조금이나마 부도덕과 부조리, 불법을 멈추고자 하는 용기도 있었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을 해보게 만드는 작품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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