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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산가옥의 유령 ㅣ 현대문학 핀 시리즈 장르 4
조예은 지음 / 현대문학 / 2024년 6월
평점 :
표지가 너무 기괴해서 눈을 뗄 수가 없었던 작품이 바로 『적산가옥의 유령』이다. 이 작품은 『칵테일, 러브, 좀비』『트로피컬 나이트』를 선보인 조예은 작가의 작품이기도 한데 흔히 일제시대의 산물로 여겨지는 적산가옥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공포소설이기도 하다.
작품 속 주인공은 적산가옥에서 살던 외증조모 준영이 강풍이 몰아치던 새벽에 기이한 자세로 죽은 채 발견된 이후 외증조모의 유산에 따라 이 적산가옥에 머물게 되는데 이후 자신이 경험하게 되는 기이한 일들이 펼쳐진다.
외증조모는 적산가옥의 별채 바닥에 귀를 대고 있는 듯한 자세로 죽은 채 발견되는데 자신이 그곳에 머물면서 알게 된 진실은 너무나 충격적인 내용이다.
처음에 그저 귀신이 들린 집인가 싶었을 수도 있지만 점차 그 기괴함과 공포스러움 뒤에 숨겨진 진실에 다가갈수록 사실은 공포를 넘어 슬픔으로 다가올지도 모른다.
외증조모가 살던 적산가옥은 원래 일제시대에 조선에서 장사를 해 큰 돈을 벌었던 부유한 상인 가네모토의 집이였고 그에게는 유일한 자식인 외아들 유타카가 있었는데 주인공의 외증조모가 우연한 기회에 간병인이 되어 이 집으로 들어왔던 것이다.
하지만 준영이 적산가옥에 머물며 알게 된 진실은 유타카가 사실은 양아버지인 가네모토의 부를 축적할 수단으로 철저히 이용당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처음의 적대감과는 달리 준영은 유타카에 대한 연민을 느끼게 된다.
작품은 두 갈래로 이어지는데 과거 준영의 이야기와 현재 주인공인 운주의 이야기다. 운주는 남편 형민의 폭력으로 힘든 상황에 놓여 있는데 그런 이유로 유타카, 준영, 운주가 풀어가는 이야기는 긴장감 속 안타까움을 보여주고 특히나 유타카와 운주의 상황은 도움이 절실해 보이는 가운데 그 현실에서 탈출을 시켜주고픈 마음마저 들게 한다.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자신의 경제적 이득을 위해 사람이 얼마나 잔혹해질 수 있는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충격적으로 다가오는 이야기다.
분명 비현실적인, 초현실적인 요소가 등장하지만 호러소설 속 공포감을 주기에 과하지 않은 설정이라고 생각한다.
집이라는 안락한 공간이 누군가에겐 공포 그 자체가 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집은 오랜 시간 그 자리에 머물면서 그 안에서 살았던 사람들의 삶과 역사를 고스란히 자신 안에 새겨넣은 채 기억하고 있다는 메시지가 흥미롭게 느껴지면서 작품의 시작부터 전개 그리고 결말까지 어느 부분에서도 아쉽지 않은 수작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