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을 때까지 기다려
오한기 외 지음 / 비채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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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명의 작가가 다섯가지의 디저트를 소재로 다섯 편의 단편소설 모음집이 바로 『녹을 때까지 기다려』 이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디저트 역시 초콜릿, 이스파한, 젤리, 사탕, 슈톨렌으로 디저트라는 공통된 소재로도 이렇게나 다채로운 이야기가 펼쳐질 수 있다는 점도 상당히 흥미롭게 느껴진다. 

가장 먼저 소개되는 오한기 작가님의 「민트초코 브라우니」는 초콜릿이라는 디저트를 소재로 한다. 요즘 소위 사상 검증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하는데 무슨 공산주의에서나 있을법한 이 말을 경험하게 된 한 작가의 이야기가 그려진다. 

동네에서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글쓰기 공부방을 운영하는 주인공이 어느 날 동네 커뮤니티 카페를 시작으로 다른 곳으로 사상을 의심하는 글이 올라오면서 곤란을 겪는 이야기로 작가님의 이름을 그대로 쓰고 있는 점이 흥미롭다.

결국 누가 봐도 이상하지 않은 지극히 정상적인 작품을 쓰기로 하는 이야기인데  혹시 본인의 경험담이신가 싶다는...
한유주 작가님의 「세계의 절반」은 이스파한을 소재로 하는데 이게 뭐지 싶어 검색해 보니 대왕 마카롱 같은 거라고 하는데 타인의 전생을 보게 된 한 치과의사의 이야기로 타인의 전생이 왜 원래부터가 아닌 어느 날부터 보이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이길래... 라는 생각으로 작품을 읽어보게 된다. 

박소희 작가님이 젤리를 소재로 쓴 「모든 당신의 젤리」는 판타지한 이야기다. 마치 인형이 살아 움직이든 곰 모양 젤리가 말을 걸어오는데 이 젤리는 자신의 전생이라고 해야 할지, 곰 젤리가 되기 전의 기억을 가지고 있다며 자신의 소원을 들어달라고 하는데 뭔가 기괴하지만 소원이 뭘까 싶으면서 누구라도 호기심에 일단 한 번 말해보라고 하지 않을까 싶은 작품이다.
「박하사탕」은 제목 그대로 사탕을 소재로 한 장희원 작가님의 이야기로 오래도록 연락이 끊겼던 친구들이 한 친구의 부고 소식과 함께 오랜만에 마주하게 되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이며 마지막 이지 작가님의 「라이프 피버」는 슈톨렌을 소재로 하고 있는데 소원했던 가족들과의 관계 속 대화의 물꼬를 트게 해주는 매개체가 슈톨렌으로 등장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크리스마스 날 먹는 빵이라는 슈톨렌이 오랜 시간이 흘러 집으로 돌아 온 주인공이 가족들과 마주한 채 보통의 가족들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 속 대화를 이끌어 가는 순간 먹게 되는 디저트로 그려진다는 것은 어쩌면 원래 슈톨렌이 지닌 의미를 이 가족들 사이에도 퍼지기를 바라는 마음일까 싶은 생각을 해보게 된다. 

다섯 가지의 디저트, 생소한 경우도 있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것도 있어서 어떤 의미에서는 이것이 일상적이거나 판타지한 순간에 등장해 이야기에서 어떤 작용을 하고 있을지를, 어떤 의미를 부여할지를 만나볼 수 있는 흥미로운 작품이였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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