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무좀 ㅣ 환상하는 여자들 4
라일라 마르티네스 지음, 엄지영 옮김 / 은행나무 / 2024년 9월
평점 :

스페인 환상문학 축제 42 프리미어스 데뷔작가상 ·
셀시우스상 최고의 SF 작품 부문 · 이그노투스상 최고의 단편소설 부문 수상
낯선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수상 이력이 상당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위의 문구들이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하는 『나무좀』은 은행나무에서 출간된 한상하는 여자들 시리즈 4번째 작품이기도 하다.
커다란 옷장의 열린 문과 서랍장이 평범해 보이는 것 같지만 디테일을 들여다 보면 마치 섬뜩한 톱니를 연상케하는 이빨 모양도 있고 서랍의 손잡이가 가만히 보면 눈동자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게다가 온통 붉은 빛이 분위기를 더욱 오싹하게 만든다.

유령의 집이라는 것은 어느 나라의 소설에서나 봄직한 지극히 평범한 소재이다. 그 소재를 이용해 작가가 어떻게 이를 환상적으로, 내지는 미스터리한 분위기로 변환시키느냐가 관건일텐데 이 작품에는 바로 이 유령의 집을 매개로 하여 스페인 산골 마을을 무대로 펼쳐지는 한 집에 얽힌 역사를 그려낸다.
보통의 사람들이라면 집이라고 하면 당연히 따뜻하고 안정감있는 공간을 떠올리게 되겠지만 작품 속에 등장하는 집은 완전히 그 반대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작품의 화자는 할머니와 손녀다. 두 삶이 교대로 들려주는 이야기는 집에 얽힌 비밀이다. 무려 4대의 가족들이 살았던 집, 그 집의 주인은 마을의 권력가였고 그러한 이의 집에서 하녀로 일하면서 마주하게 된 온갖 것들이 그려지는데 지극히 배탁적인 분위기 속 만역한 계급에 따른 차별, 자신의 목적 달성을 위해서라면 다른 사람들을 이용하고 남의 것을 탐하고 빼앗는 일들이 벌어지고 그 과정에서 보여지는 비인간성이 고스란히 드러나기도 한다.
다소 자극적이고 직설적일 수도 있지만 과거 많은 나라에서 사회 제도나 법적으로 장치가 마련되지 않았던 시절, 어느 사회에서나 있었다고 할 수 있는 모습들, 또 어떻게 보면 지금도 지구촌 어딘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일 수도 있다는 점에서 무서운 분위기 속에서도 분명 그 의미가 남달랐던 작품이라 생각한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