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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레나는 알고 있다
클라우디아 피녜이로 지음, 엄지영 옮김 / 비채 / 2023년 5월
평점 :
평범한 가정집처럼 보이는, 그러나 흰 출입문도 굳게 닫혀 있고 창문도 커튼이 쳐진채 닫혀 있다. 그런데 묘하게 커튼 뒤로 누군가의 형체가 비쳐서 묘하게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는 상당히 감각적인 표지는 제목과 어울어져 스토리를 더욱 기대하게 만든다.
『엘레나는 알고 있다』는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라틴아메리카 문학을 이끌고 있는 클라우디아 피녜이의 작품으로 국내에는 처음으로 번역된 작품이라고 하며 얼마 전 작가님의 국내 방한 소식이 더해져 더욱 화제가 되었던 작품일 것이다.
특히나 이 작품은 2022 부커상 인터내셔널 파이널리스트 & 리베라투르상 수상작이라고도 하니 작품성으로 인정을 받았다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제목의 엘레나는 누구일까? 엘레나는 딸 리타의 죽음에 의문을 품고 그 진실을 파헤치고자 하는 인물로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가운데 사건은 리타의 자살로 종결된 상태이다.
카톨릭 신자인 리타가 성당 종탑에 목을 매어 죽는다는 것이 가능할까? 독실한 신자라면 모르긴 해도 자살도 그렇지만 죽은 채 발견된 장소도 좀 의외이다. 엘레나는 딸의 죽음에 의문을 품고 자살이 아니라고 말하며 재주사를 요구하지만 아무도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게다가 엘레나가 앓고 있는 파킨슨병은 그녀를 여러모로 힘들게 하는데 일단 그녀 스스로 걷는 것조차 쉽지 않다.
어디에도 도움을 구하지 못한던 차에 엘레나는 과거 리타에게 큰 도움을 받았던 이사벨이라는 여자를 떠올리게 되고 그녀라면 이 사건에 도움을 줄거란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이사벨은 엘레나가 기억하는 것과는 정반대의 이야기를 하게 되고 오히려 엘레나는 혼란스러워진다.
딸인 리타에 대해서는 엄마인 자신이 가장 잘 알기에, 리타가 절대 스스로의 목숨을 끊었을리 없다고 생각했던 엘레나지만 정작 이사벨은 이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마냥 엘레나의 부탁을 거절하며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들을 하게 되는데...
엘레나, 리타, 이사벨까지. 세 명의 여자가 품고 있는 이야기는 우리가 기대했던 딸의 죽음에 얽힌 진실을 파헤칠 것이라는 정의로운 엄마 엘레나의 고군분투가 아닌 자신의 의지와는 다른 선택으로 불행 속에서 지금까지 살아 온 한 이사벨, 파킨슨 병에 걸리 엄마를 간호해야 했던 리타, 자신의 몸 조차 제대로 가눌 수 없는 파킨슨병에 걸려 힘든 투병 생활을 해야 했던 엘레나를 중심으로 펼쳐지면서 이들이 지금까지 살아왔던 삶에 대해, 그들의 선택에 대해 여러모로 생각해보게 만드는 기대 이상의 의미를 선사하는 작품이였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