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가는 관들에게
연마노 지음 / 황금가지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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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장르의 소설집이지만 그 속에 담긴 이야기들은 지극히 인간적인, 그리고 인간의 삶과 맞닿아 있는 현실적인 소재들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작품이 바로 연마노 작가의 『떠나가는 관들에게』이다. 

작품 속에는 표제작인 「떠나가는 관들에게」를 포함해 총 8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는데 표제작부터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연명 치료의 중단을 둘러싸고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안락사 자체는 인정하고 있지 않은데 이 작품에서는 아예 난치병 치료를 위해 개척 우주선에 딸을 태워 보내는 것을 소재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집안에 중병 환자가 있으면 간병으로 경제적인 부분과 함께 정신적인 부분에서도 참 어려운게 사실이기에 과연 간병의 현실적인 문제와 자식을 버린다는 세간의 시선은 물론 자식과의 이별 속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를 둘러싼 문제는 당사자가 아니고서는 그 누구도 쉽게 말할 수 없기에 개척 우주선이라는 수단은 제쳐두고서라도 상당히 현실적인 고민일 수 밖에 없는 이야기였지 않았나 싶다. 

이외에도 마치 성경에 나오는 대홍수의 날 노아의 방주를 떠올리게 하는 「방주를 향해서」는 동물들을 암수 한 쌍씩 태우는게 아니라 지구에서 우주로 보내는 우주선에 지구에 있는 생명체들의 DNA를 실고 연구원과 AI가 여정을 떠나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상당히 현대적이면서도 SF적인데 충분히 미래에 가능한 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틀란티스의 여행자」는 실제로 지구 곳곳의 해수면이 낮은 나라에서 국토가 물에 잠기는 현실을 떠올리게 하고 미래가 지금과는 다른 변화된 세상이라면 인간의 죽음 이후의 세계 역시 지금과 다르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보게 만드는「태엽의 끝」도 흥미롭게 느껴진다. 

지금도 우주 어딘가에는 인간과 같은(내지는 비슷한) 생명체가 살고 있을까하는 생각을 해보게 만드는 「저주 인형의 노래」, 제목 그대로 멸종 위기에 처한 인어를 보존하겠다는 취지는 좋으나 그 과정에서 행해지는 일들이 전혀 취지에 맞지 않아 보이는 작품인 「마지막 인어」 역시 상당히 흥미로운 작품이라 생각한다. 

SF적 전개와 스토리지만 그 속의 중심은 결국 사람이다. 사람이기 때문에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되고 그 선택이 과연 옳을지 아닐지는 그 결과에 따라 결정될 뿐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비난이 있고 난관은 있겠지만 선택을 하게 되는 그 순간만큼은 그것이 최선이라고 믿었을거란 생각도 든다. 

그렇기에 『떠나가는 관들에게』는 색다른 설정 속 낯설지 않은 소재를 지극히 인간적이면서도 현실감있게 풀어나가는 놀라운 작품이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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