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의 숲에서 - 바이칼에서 찾은 삶의 의미
실뱅 테송 지음, 비르질 뒤뢰이 그림, 박효은 옮김 / BH(balance harmony)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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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숲속 생활기를 그린 『월든』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 바로 『시베리아의 숲에서』이다. 이 책의 저자인 실뱅 테송은 프랑스 출신의 저널리스트이면서 작가이자 여행가이기도 한데 마흔이라는 나이가 되기 전에 숲 속 은둔자의 삶을 살아보고자 바이칼 호수로 떠나게 된다.  

자발적인 고립무원을 하겠다는 것이다. 2003년에 처음으로 찾았던 바이칼 호수에서 은둔자를 보게 되는데 그 모습이 꽤나 행복해 보였고 자신 역시 그렇게 살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에 시달리다 무려 7년이 지난 2월 초입에 이를 실행하기에 이른다. 

시간은 대략 6개월 정도로 러시아의 추위를 생각하면 한 겨울에서 봄을 넘어 초여름까지인것 같다. 주변의 마을과는 120km 가량 떨어져 있고 도움을 요청하고자 한다면 아예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은둔자로서의 삶을 생각하면 6개월치의 식량이나 보드카, 책 등을 꼼꼼하게 챙겨간다.


허허벌판이 아니라 이미 1980년대 지질학자들의 임시 거쳐였던 오두막에서 지내게 되는데 그와 짐을 실은 트럭이 떠나가는 모습을 보면 그 스스로도 만감이 교차하는 것처럼 보인다. 마치 조난자와 같은 심정이였다고 표현하고 있으니 말이다. 

겨울 얼어버린 바이칼 호수의 너무나 깨끗한 모습을 TV로 본 적이 있는데 물방울마저 그대로 얼어버린것 같은 풍경에 경이로움과 함께 두려움마저 느꼈는데 아무리 은둔자의 삶을 살고 싶었다고는 하지만 이런 결정을 한 작가가 놀랍게 여겨진다.

책은 이렇게 저자가 2월 14일 6개월 가량 은둔 생활을 한 7월 28일까지의 일기가 그래픽노블로 표현된다. 온통 눈과 얼음으로 덮힌 산자락 아래, 오두막 바로 앞으로는 얼어붙은 바이칼 호수가 펼쳐지는 곳에서 간혹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도 있고 자신도 다른 곳을 방문하긴 하지만 대체적으로 홀로 보내는 시간들은 평생 잊을 수 없는 시간으로 남지 않을까.

고독과 외로움, 고요함과 평화로움은 정말 한끗차이라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새들이 오두막으로 날아오고 오두막 근처에는 야생동물이 지나다니며 숲 속 눈길에서는 곰과 마주하기도 한다. 야생 그 자체의 삶 속으로 작가가 들어간 셈이다. 

너무 추워 노트북 배터리까지 폭발해버리는 가운데 유일하게 세상과 연결고리라고는 위성전화가 다인 곳에서 글을 쓰고 책을 읽고 낚시를 하고 눈덮힌 산길을 오르고 야영을 하고 가만히 창밖을 바라보는 것으로 시간을 보내는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문득 이걸 브이로그로 남겼다면 정말 엄청났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절대적으로 가공없이 그대로의 모습을 담아내는 조건으로 말이다. 감히 상상도 하지 못할 바이칼 호수와 그 주변의 풍경이 그림으로도 느껴지는데 만약 실제로 본다면 정말 대단할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인생에서 이런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도 큰 용기가 필요한 만큼이나 진정으로 자신의 인생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였겠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작품이였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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