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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사소한 것들
클레어 키건 지음, 홍한별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11월
평점 :

클레어 키건의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2022년 부커상 최종후보에 오른 작품으로 ‘역대 부커상 후보에 오른 가장 짧은 소설’로도 알려져 있다. 클레어 키건의 경우 국내에는 『맡겨진 소녀』로 이름을 알린 작가인데 작가는 이번 작품을 통해서 실제로 18세기부터 20세기 말에 걸쳐서 아일랜드 정부의 협조 아래 가톨릭 수녀원이 운영했던 ‘막달레나 세탁소’를 배경으로 작품을 펼쳐보이고 있고 아일랜드 배우 킬리언 머피가 직접 주연과 제작을 맡아 영화 촬영이 모두 마쳐진 상태라고 하니 더욱 기대된다.
자신이 포함된 사회 속에서 용기있는 목소리, 특히나 부조리에 대해 목소리를 내기란 쉽지 않다. 그 사회에 경제적 기반을 두고 있고 결혼을 해서 가족을 꾸리고 있다면 더욱 힘들다. 사회로부터 배제가 우려될 수도 있는 상황이고 이는 비단 자신만의 문제가 아니라 나머지 가족들- ‘빌 펄롱’에게 있어선 아내와 다섯 명의 딸이다-에게도 그 영향이 미칠 수 있다면 말이다.

작품은 1985년의 아일랜드 소도시 뉴로스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비단 뉴로스 뿐만이 아니라 나라 전체가 실업과 경제난 등으로 사람들이 빈곤에 허덕이는 가운데 그나마 석탄 장사를 하는 빌 펄롱은 다른 집들과는 달리 안정적으로 생활을 꾸리며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석탄 배달의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석탄 조차 제대로 떼지 못하고 전기요금을 내지 못해 추운 나날을 보내야 하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상황 속에서 이 정도면 빌의 가족들은 괜찮은 편이다. 어릴 적 아버지가 누구인지 알 수 없는 가운데 태어나 경제적으로도 어렵게 그리고 주변의 좋지 않은 시선에서 성실히 살아 온 그는 이제 그 삶을 보상 받기라도 하듯이 가족들과 살아가고 있는데 크리스마스를 목전에 앞둔 어느 날 수녀원으로 석탄 배달을 갔다가 창고에서 한 여자 아이를 발견하게 되면서 불과 그 전에 마주했던 뭔가 미심쩍었던 상황이 조금씩 이해가 되면서 수녀원에서 자행되고 있는 불법적인 사건을 파악하기에 이른다.
돕고 싶은 마음이 없는게 아니지만 자신에겐 지켜야 할 가정이 있기에 결코 섣불리 나서지 못하게 된다. 게다가 마을 내에서 수녀원이 갖는 위상은 남달랐기에 혹여라도 자신이 그 불법적인 일을 세상 밖으로 내보였을 때 닥치게 될 자신을 포함과 아내와 딸들에 대한 위협을 과연 감내할 수 있을까하는 문제는 지극히 인간적인 고민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크리스마스를 앞둔 시점, 그 시기와 너무나 잘 어울리는 카톨릭의 수녀원, 모든 사람들이 그 종교에 대한 존중을 갖고 있고 마을 내에서 수녀원의 입지도 남다른 가운데 그 수녀원은 불법과 비를 알게 된 남자가 보이는 고민과 갈등, 그리고 작지만 위대한 결단과 선택이 불러오는 결말이 참 대단하다 싶으면서도 현실적이라 책장을 덮고 나서도 더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다.